본보가 단독 입수한 이 의원의 당시 면담자 목록을 보면 이 의원의 동선(動線)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두 달간 이 의원이 만난 사람은 약 120명. 이 의원은 이때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 처음 배정돼 산업자원부 관리와 지질학자 허문석(許文錫) 씨, 청와대 관계자, 기업인, 당 소속 의원들을 주로 만났다.
▽허문석 씨 3차례 만나=이 의원은 “지난해 6월부터 9월 사이에 4가지 정책보고서를 만드느라 관련 기관과 세미나를 했는데 허 씨가 2번 세미나에 참석했다”며 “허 씨가 그 사이에 의원실에 2번 정도 찾아와 만난 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면담자 목록을 보면 ‘2번 정도’가 아니라 ‘3번’이다. 6월 23일 그의 후원회장인 이기명(李基明) 씨와 함께 허 씨를 만난 데 이어 7월 2일과 6일 잇따라 허 씨를 만난 것으로 돼있다. 이기명 씨에 따르면 6년 전 그가 허 씨를 이 의원에게 소개해 줬으며, 현재 허 씨는 해외 잠적 중이다.
이 의원 측은 “면담 기록이 면담자가 아닌 면담 예정자였기 때문에 실제 약속된 날 만나기로 한 사람들을 만났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반박했다.
특이한 것은 유전개발 사업을 주도한 김세호(金世浩·구속)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나 부동산개발업자인 전대월(全大月·구속) 하이앤드 대표와의 면담 기록이 없다는 점. 전 씨는 6월 이 의원을 찾아가 만났고, 김 전 차관도 몇 차례 이 의원을 만났다고 진술했지만 이 의원의 면담자 목록에는 두 사람과 만난 기록이 없다.
▽‘BH는 노 대통령?’=이 의원의 면담자 목록에는 ‘BH’라는 영문이니셜이 나온다. 청와대 인사라도 다른 인물은 모두 실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BH만 영문이니셜이다. BH는 통상 ‘Blue House’ 즉 청와대를 의미한다.
7월 17, 21, 23일 등 불과 일주일 동안 3차례나 BH라고 표시돼 있다. BH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은 “BH는 통상 ‘청와대를 갔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대통령을 며칠 사이에 3차례 만났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부인했다.
▽산자부 관리 면담=이 의원은 문제의 두 달 동안 산자부 관리들을 자주 만났다.
김칠두(金七斗) 당시 차관은 6월 23일과 29일, 7월 12일 등 3번 만났다. 유영환(柳英煥) 당시 산업정책국장은 6월 10일과 7월 1일 등 2차례 면담했다. 당시 이 의원이 국회 산자위에 배정돼 각 실국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는 것이 이 의원 측의 해명이다.
이 의원 측은 24일 “국회 산자위와 예산결산특위의 위원으로서 산자부 등의 통상적인 업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만났던 것”이라며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만남이었다”고 강조했다.
▽박남춘(朴南春) 국정상황실장 자주 만나=이 의원은 자신의 후임자인 박 실장과도 6월 14일과 26일 만난 것으로 돼있다. 또 7월 5일에도 ‘박 실장’이란 면담자가 나온다. 문맥의 흐름상 박남춘 실장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실장은 지난해 11월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과 관련한 국가정보원의 정보보고를 받은 뒤 서모 행정관을 통해 조사하고도 ‘윗선’에 보고하지 않아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 의원 측은 “박 실장은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로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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