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가혹한 수사’와 ‘철저한 책임’을 거론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도 위기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비리 의혹 소문=가장 많이 돌고 있는 얘기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수사 중인 한국수자원공사의 공사 수주 관련 비리 사건에 열린우리당의 핵심 인사인 A 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우성산업개발 이기흥(구속) 회장이 수자원공사가 발주한 공사의 수주를 위한 로비의 대가로 조성한 비자금 71억 원 중 용처가 불분명한 36억 원의 일부가 A 씨 측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소문을 전해들은 A 씨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4·15총선 전 출마를 고려했던 여권의 또 다른 핵심 인사인 B 씨가 이 사건과 돈 문제로 얽혀 있다는 설도 있다.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정치권 출신 C 씨에 대해선 공기업 인사에 깊숙이 개입하고 중견건설업체 등에서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다는 첩보를 사정기관이 입수했다는 소문도 있다.
게다가 요즘 국회 의원회관에선 한 의원이 이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까지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여권의 위기감=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는 26일 원내전략회의에서 유전개발 사업 의혹 등에 대해 “잘잘못을 분명히 가려 잘못된 부분에 대해 고칠 것은 고치고 책임질 것은 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25일 문희상(文喜相) 의장과 장영달(張永達) 상임중앙위원이 의혹 관련자들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는 태도를 보인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또 당 지도부가 합심해 봇물 터지듯 불거져 나오는 비리 의혹에 당이 요동치는 것을 막아 보려는 시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해 당 지도부는 속만 태우고 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요즘은 정말 되는 게 없다.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의혹의 당사자들이 섭섭한 감정이나 불만을 나타내는 점도 지도부의 부담이다. 문 의장이 25일 유전개발 사업 의혹과 관련된 이광재(李光宰) 의원의 이름을 거명하며 “철저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이 의원 측이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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