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尹太瀛) 대통령제1부속실장은 3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역사로부터의 반성’이라는 글을 통해 동북아균형자론의 탄생 과정을 소상히 밝혔다.
윤 실장에 따르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월 27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불현듯 손녀의 재롱을 뿌리치고 꼼꼼히 메모를 하면서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메시지를 준비했다. 또 3월 6일에는 청와대 뒤편 북악산에 오르면서 “과연 그 당시에 대원군이 쇄국이 아닌 개방을 선택했다 해도 그것이 오늘 우리 운명을 얼마나 바꿨겠느냐”라는 화두를 놓고 상념에 빠졌다는 것.
윤 실장은 “이런 인식 위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동북아균형자론”이라며 “100년 전 우리 역사에 대한 처절한 반성에다 역사를 거꾸로 올라가고 있는 일본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동북아균형자론의 두 축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윤 실장은 “노 대통령은 철저하게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동북아균형자론을 강조하고 있고 동북아의 미래 정세에서 주요한 변수를 중국이나 일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노 대통령은 동북아균형자론을 2월 25일 취임 2주년 기념 국회 연설에서 밝히려 했으나 국회 연설에는 포함시켜야 할 내용이 워낙 많아 이를 3월 8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밝히기로 미뤘다고 한다.
윤 실장은 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2002년 10월 한 강연에서 “유럽에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 견제 관계가 갈등과 긴장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동북아의 안정추와 균형추로서 미군의 역할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한편 노 대통령도 31일 청와대에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11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동북아균형자론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비판하기도 하지만 동북아균형자론은 일본의 군비를 합법화, 강화하는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준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노 대통령은 “일본이 잘못된 과거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공정해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진실에 기초한 역사의 정리가 중요하다”면서 “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미래를 대비한다는 의미에서 위원회의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날 동북아균형자론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고 나선 데에는 6월 1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에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듯하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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