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분리냐, 당정 협력이냐=의원들 사이에선 당정 관계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당정 분리 원칙에 얽매여 정작 현안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권에 ‘컨트롤 타워’가 없어 국정 난맥이 가중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조정식(趙正湜) 의원은 “지금은 당정 분리를 강조할 때가 아니라 당정 간 긴밀한 공조체계를 갖춰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 염동연(廉東淵) 상임중앙위원은 “(원활한 당정 관계를 위해)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이런 요구에는 청와대와 정부 쪽 사람들이 정보와 권력을 독점해 당은 별로 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한 책임은 당이 모두 뒤집어써야 하는 데 대한 불만도 깔려 있다.
우원식(禹元植) 의원은 기자들에게 “현재 당엔 정보가 없다”며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이나 행담도 개발 의혹 등은 모두 신문을 보고서야 그 내용을 알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당정 분리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포기한 정치 개혁의 상징이기 때문에 쉽게 양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만수(金晩洙) 대변인은 “당정 분리와 관련한 내부 검토 및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두관(金斗官) 대통령정무특보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당정 분리를 하겠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당에 공천권 등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자금 등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여전히 당정 분리 원칙을 지키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당 정체성 논란=개혁 대 실용을 둘러싼 정체성 논쟁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일단락된 듯한 느낌이다. 개혁 대 실용이란 정체성 논쟁 자체가 국민의 일상과 떨어진 ‘그들만의 논쟁’으로 비쳐 당 지지도 하락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데 다수의 의원이 공감했다.
의원들은 이날 워크숍 후 채택한 대(對)국민 결의문을 통해 “개혁과 실용으로 불리는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하겠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개혁의 추진을 통해 책임 있는 여당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도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오영식(吳泳食) 원내부대표는 브리핑에서 “현 시점에서 민주당과의 합당론을 제기하는 것은 정체성 혼란만 가중시키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정체성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 재야파 의원은 “소모적 논쟁을 종식하자는 의견엔 공감하지만 개혁진영의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는 당내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실용 중시 성향인 문희상 의장 등 현 지도부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도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다시 불거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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