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상훈]6·25 참전 老兵을 기억하자

  • 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28분


이달은 보훈의 달, 6월이다.

‘보훈’이라고 하면 흔히들 보훈대상자들에게 일정액의 보상금 지급, 의료 지원, 학비 보조 등의 물질적 지원과 사후 국립묘지 안장 등이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고, 보훈대상자들에 대한 관심 또한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한 국가의 몫으로 생각하고 지나치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유공자들의 공헌과 국가 및 사회 발전 추세에 걸맞은 혜택과 예우도 중요하다. 그러나 보훈의 참뜻은 오늘을 사는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이분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억하고 선양하여 국가 발전의 정신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데 있다.

캐나다 향군부 임무(선언문)에 “제대군인들의 공헌과 희생이 모든 캐나다인에게 살아 있도록 기억을 유지해 나가는 일”이라고 명시한 바 있듯이 선진 각국에서 국가유공자들의 위국 헌신정신 고양에 보훈의 중점을 두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사실을 감안할 때 비록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국가보훈의 이념과 가치를 명문화하고 보훈문화 창달을 위한 구체적인 원칙을 명시한 ‘국가보훈기본법’이 5월 초 국회를 통과해 범국가 차원에서 보훈정책을 펼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마련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앞으로 관계 부처에서 국가보훈기본법 시행을 위한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호국용사들의 다음과 같은 바람도 후속 조치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 각국은 최일선에 참여한 전투원뿐 아니라 전쟁에 참여한 민간인 종사자들까지 보훈대상자로 관리하고 있으며, 호주의 경우 6·25전쟁, 베트남전 등에 참전한 한국인 등 연합국 보훈대상자가 호주에 이민 왔을 때도 일정액의 서비스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현재 6·25전쟁, 베트남전에 참전한 유공자들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은 사상자나 포상을 받은 자가 아니면 월 6만 원의 참전명예수당 지급이 고작이며, 그것도 65세 이상인 자에게만 적용된다.

참전유공자들의 명예회복과 그에 따른 응당한 보상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참전용사들이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끼는 것은 보상금이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님을 이 기회에 꼭 지적하고 싶다. 사선을 넘나들며 조국과 자유를 지켰던 위훈(偉勳)과 명예가 일부 전후(戰後) 세대들에 의해 감사와 존경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불행한 역사의 희생양’으로 비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재향군인들의 정치적 발언이 있을 경우 전체 참전유공자들이 수구냉전주의자로, 반통일 세력인 것처럼 매도되기도 한다.

4월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경기 파주시의 중성산 고지에서 6·25전쟁에 참전했던 영국인 스콧 베인브리지 씨의 유골이 뿌려지는 행사가 열렸다는 기사를 봤다. “백골이 되어서도 한국의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그의 유언에 따른 것으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기념사가 대독되었다고 한다. 호국 보훈에 대한 우리의 정서를 감안할 때 6·25전쟁 참전을 일생일대의 명예로 생각하는 당사자뿐 아니라 여왕까지 나서서 그를 기리는 영국의 보훈 풍토가 그저 부러울 뿐이다.

단 하나뿐인 생명을 조국의 제단에 흔쾌히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참전용사들의 위훈을 1년 내내 기린다 해도 지나침이 없겠지만 6월 한 달만이라도 추모와 경배의 마음을 가지고 가까운 호국성지를 참배하고, 이웃의 보훈가족과 참전용사들을 찾아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말을 건넸으면 한다.

이상훈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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