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위원회가 2003년 9월∼2004년 7월 정부 중앙부처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지방교육청 등 313개 기관을 찾은 민원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 분야를 담당하는 공직자들의 금품 및 향응 수수 비율은 2∼3%대로 전체평균(1.5%)보다 월등히 높았다.
▽부패가 심한 분야=조사대상 기관 중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비율이 3%(민원인 100명당 3명) 이상인 ‘고 부패’ 기관은 41개 기관 66개 분야였다. 이 중에는 특히 계약 관리(21개) 및 점검 조사 검사 감리 검정(17개) 분야가 많았다.
중앙 부처와 공기업 등의 업무를 유사한 것끼리 묶은 뒤 검사 점검, 조사, 계약, 지도단속, 심사 등 7개 업무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금품 및 향응수수 비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검사 점검(3.9%)이었다.
검사 및 점검 권한을 가진 공직자들이 부패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해양수산부는 정부 부처(청·위원회 포함) 가운데 민원인의 3% 이상으로부터 돈이나 향응을 받는 ‘고 부패’ 분야가 특히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항만 어항 공사 및 장비계약 관리, 항만시설 사용허가, 수입수산물 정밀검사, 불법어업 지도점검 등 4개 업무 분야가 ‘고 부패’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기업(공직 유관단체) 중에서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시공감리와 검사, 성능 인증 및 검정, 계약 관리 등 4개 업무에서 금품 및 향응수수 비율이 3%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교육청 중에서는 광주교육청이 공사계약 관리, 계약 관리(물품, 용역), 사립학교 재정지원, 운동부 운영 등 4개 업무에서 금품 및 향응 수수비율이 3% 이상이었다. 특히 운동부 운영 업무가 가장 비리에 많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개 지방교육청의 절반인 8곳에서 운동부 운영 관련 업무 담당자들이 현금이나 선물 접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광역지자체의 경우 공사계약과 건설업등록 업무의 금품 및 향응수수 비율이 각각 2.3%로 1위였다. 기초지자체에서는 주택건축인허가 분야(3.0%)의 부패가 가장 심각했고 공사계약 관리 업무(2.2%)가 그 뒤를 이었다.
▽조사 방법과 조사의 한계=이번 조사는 각 기관을 직접 방문한 민원인들의 명단을 기초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공직자를 기관 밖에서 접촉해 현금을 전달하거나 접대를 한 민원인들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민원인이 피부로 느끼는 부패지수와 이번 조사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 부처 중 ‘엘리트 부처’로 알려진 기획예산처가 민원인으로부터 금품 향응을 받는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기획예산처를 찾는 민원인은 정부 납품업자도 있지만, 예산 확보 등의 업무와 관련된 공직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금품 및 향응 제공의 성격이 다른 기관과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금품 및 향응 수수 비율이 높은 41개 기관 및 업무 | ||
기관(업무 분야) | 업무 | |
중앙부처위원회청 | 해양수산부(4) | -항만 어항공사 및 장비계약 관리 -항만시설 사용 허가 -수입수산물 정밀검사 -불법어업 지도점검 |
기획예산처(2) | -예산심의 -기금심의 | |
국세청(2) | -개인세무조사 -계약 관리 | |
조달청(2) | -국내조달자본 계약 관리 -기술용역 계약 관리 | |
농림부(2) | -식품 수입 신고 -금지품 및 수입식물 검사 | |
건설교통부(1) | -건설공사 점검 | |
노동부(1) | -산업안전재해 조사 | |
국가보훈처(1) | -계약 관리 | |
경찰청(1) | -유해업소 단속 | |
중소기업청(1) | -등록 | |
식품의약품안전청(1) | -수입식품 정밀검사 | |
공기업 등유관 단체 | 한국가스안전공사(4) | -시공감리 -검사(허가시설, 정밀, 제품) -성능 인증 및 검정 -계약 관리 |
한국전기안전공사(2) | -사용 전 검사 -다중이용시설 점검 | |
농업기반공사(2) | -건설공사 점검 -계약 관리 | |
한국철도시설공단(1) | -건설공사 점검 | |
농업협동조합중앙회(1) | -농업경제부문 계약 관리 | |
한국수자원공사(1) | -건설공사 점검 | |
한국전력공사(1) | -신규전기사용 신청 | |
대한주택공사(1) | -건설공사 점검 | |
한국철도공사(1) | -계약 관리 | |
광역자치단체 | 경기도(3) | -여객 화물자동차 운송업 -공사 계약 관리 -소방시설 완공검사 |
충청북도(3) | -공사 계약 관리 -여객 화물자동차 운송업 -건설업 관련 등록 | |
광주시(2) | -공사 계약 관리 -건설업 관련 등록 | |
경상북도(2) | -여객 화물자동차 운송업 -건설업 관련 등록 | |
인천시(1) | -건설업 관련 등록 | |
대전시(1) | -건설업 관련 등록 | |
울산시(1) | -환경 보건관련 업소 지도단속 | |
강원도(1) | -공사 계약 관리 | |
전라남도(1) | -공사 계약 관리 | |
지방교육청 | 광주교육청(4) | -공사 계약 관리 -계약 관리(물품, 용역) -사립학교 재정지원 -운동부 운영 |
전남교육청(3) | -공사 계약 관리 -운동부 운영 -사립학교 재정지원 | |
대전교육청(2) | -운동부 운영 -공사 계약 관리 | |
경기교육청(2) | -사립학교 재정지원 -운동부 운영 | |
서울교육청(1) | -운동부 운영 | |
부산교육청(1) | -운동부 운영 | |
대구교육청(1) | -공사 계약 관리 | |
인천교육청(1) | -운동부 운영 | |
울산교육청(1) | -운동부 운영 | |
충북교육청(1) | -사립학교 재정지원 | |
경북교육청(1) | -계약 관리(물품 용역) | |
경남교육청(1) | -공사 계약 관리 | |
기준은 3% 이상(민원인 100명당 3명 이상에게서 금품 및 향응 수수) 자료:부패방지위원회 |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10명중 1명 “공무원이 먼저 돈 달라고 요구”▼
부패방지위원회의 민원인 대상 조사 결과 민원인이 공무원에게 제공하는 금품과 향응의 규모는 16만∼30만 원(23.1%) 선이 가장 많았다. 평균 액수는 61만1100원이었다.
201만 원 이상 썼다는 응답자도 12.6%에 이르러 거액의 금품수수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101만∼200만 원 정도를 썼다는 응답은 7.7%였다.
공직자에게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를 대상으로 “몇 번이나 그랬느냐”고 물은 결과 1회(31.1%), 2회(29.2%)가 가장 많았다. 8회 이상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밝힌 응답자도 6.2%에 이르는 등 상습적인 금품제공자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평균 금품제공 횟수는 2.65회였다.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이유로는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해’(일종의 급행료)라는 응답이 39.8%로 가장 높았다. ‘관련 정보 수집 등 업무 편의를 위해’라는 응답이 26.9%로 그 다음이었다. 담당 공무원이 먼저 요구해 돈을 썼다고 답한 응답자도 10.6%나 돼 일부 공직자의 도덕 불감증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민원인을 직업별로 보면 건설업 종사자가 52.4%로 단연 많았다. 건설 분야가 비리에 가장 취약하다는 세간의 통설을 실증해 주는 사례다. 제조업(13.4%)이 그 다음이었고 도·소매업(5.5%), 부동산 임대 및 사업(5.2%)이 뒤를 이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정보통신부 - 산림청 - 산업안전공단▼
한국전력공사의 청렴도가 가장 빠르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등 과거 청렴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아 온 정부기관들도 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패방지위원회가 민원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실시한 청렴도 평가에서 2002년 청렴도 4.47이었던 한전은 2003년 5.80, 지난해에는 8.72로 올라 2년 연속 가장 높은 개선도를 보였다.
그러나 한전은 전체 공기업(공직 유관단체)에서 차지하는 청렴도 순위 4위로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공기업 중 청렴도가 가장 높은 곳은 한국산업안전공단(9.11)이었다.
중앙부처와 위원회 중에서는 정보통신부(8.97)가 청렴도 1위를 차지했다. 건설교통부는 청렴도가 지난해보다 2.28이나 높아져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반면 법무부와 기획예산처는 2003년에 비해 깨끗한 정도가 오히려 낮아졌다.
청 단위 기관에서는 산림청이 청렴도 9.05로 가장 높았다. 국세청은 청렴도가 8.18로 지난해(6.80)에 비해 1.38 개선됐지만 청 단위 기관으로는 10위에 머물러 여전히 부패 관련 과제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렴도가 높은 정부기관 베스트 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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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도:
공무원이 부패행위를 하지 않고 얼마나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했는지를 나타내는 부방위 자체의 지수. 부방위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민원인들을 대상으로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한 빈도나 규모,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과 기대치, 부패방지 노력 등 11개 항목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기초로 계산했다. 10점 만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청렴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이정은기자 lig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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