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열린우리당 쪽의 이의 제기로 ‘권진호 카드’가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1일 저녁부터 열린우리당의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이 새 국정원장에 정치력을 갖춘 중량급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청와대 측에 강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청 간 갈등설까지 흘러나왔다.
권 보좌관은 국군정보사령관, 국정원 1차장을 지낸 정보통으로 뚜렷한 자기 색깔이 없는 ‘관리형’이다. 당 쪽에서는 북한 핵 문제와 남북 관계 등 중요 현안이 진행 중이고, 집권 3년차에 비상한 위기관리 대응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권진호 카드’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쪽으로 정리를 끝낸 듯하다. 김완기(金完基)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오늘 인사추천회의에 국정원장 후보자가 3배수로 올라갔고, 논의 결과 권 보좌관을 단수 추천하기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권 보좌관으로 결정이 났다는 얘기다. 다만 지금은 약식검증만 한 상황이어서 다음 절차인 정밀검증을 위해 공식발표만 미뤘다는 것이다.
한편 권 보좌관이 국정원장으로 옮기기로 하면서 외교안보 라인의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최대 관건은 정부 내 외교안보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정동영(鄭東泳)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의 열린우리당 복귀 문제. 이는 단지 외교안보 라인의 개편 문제를 넘어서서 여권의 국정운영 및 당내 권력의 향방과도 직결된 문제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 기류는 시기적으로도 정 장관의 거취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쪽이다. 북한 핵 문제나 남북 관계가 여전히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한 채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NSC 내의 연쇄 인사이동에 그칠 전망이다.
우선 NSC 사무처장을 겸하는 후임 국가안보보좌관(장관급)으로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이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이 차장이 사실상 NSC 업무를 총괄해 온 만큼 자리도 그에 걸맞게 격상시킨다는 얘기다.
또 NSC 사무차장에는 박건영(朴健榮) 가톨릭대 교수가 내정됐다고 일부 인터넷 매체가 보도했으나 청와대 측은 “전혀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자리가 빈 동북아시대위원장(장관급)에는 이수훈(李洙勳)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