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동연 “총리 경거망동” 李총리 “…” 묵묵부답

  • 입력 2005년 6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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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가 경거망동하고 있다. 정권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부추기려는 불순한 의도에 총리까지 휩쓸리지 마라.”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인 염동연(廉東淵) 의원이 3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총리가 2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청 강연에서 “지금은 (대통령) 측근이나 사조직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 데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염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리가 언급한 대통령의 측근들은 악역을 자처하고 비판의 대상이 된 것밖에 없다. 권력을 남용한 사례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염 의원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호남 출신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이 총리야말로 참여정부의 영광과 권력을 다 누린 실세 중의 실세이고 측근 중의 측근이다. 측근들이 권력을 농단했다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총리의 책임이 아니고 누구의 책임이냐”고 몰아붙였다.

그는 “당 지지율이 이렇게 떨어진 데는 총리의 문제가 컸다. 특히 호남의 지지율이 최악으로 치달은 것은 전적으로 이 총리 때문이다. 호남고속철은 안 된다고 한 것도 이 총리 아니었느냐”고 했다.

그는 또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자 대책이 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구두닦이도 허가를 내야 하나”라고 꼬집은 뒤 “민생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총리는 자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 의원 측은 “측근을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횡행하고 있는데, 총리까지 나서 뭐가 있는 것처럼 말해서야 되겠느냐.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이 정부 들어 감방에 가고 비난만 받았지 무슨 영화를 누렸느냐”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해찬총리는 묵묵부답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인 염동연 의원이 3일 “총리가 경거망동하고 있다. 자숙하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데 대해 이해찬 국무총리는 대응하지 않았다.

이날 총리실 관계자가 염 의원의 발언 내용을 보고하자 이 총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얘기를 꺼내더라는 것. 한 관계자는 “개인이 소신을 피력한 것인데 총리가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총리의 ‘측근 발호 경계’ 발언은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을 언급한 것이 아니며 집권 3년차 증후군에 빠지기 쉬운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와 여당 지도부 간에 벌어진 측근·사조직 논란에 대해 청와대와 총리실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잇단 의혹 사건으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자칫 여권의 자중지란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 총리는 2일 “지금이 이른바 (대통령의) 측근이나 사조직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정말로 오랜만에 이 총리가 총리 노릇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대통령의 ‘형님’부터 ‘오른팔’ ‘왼팔’ ‘동지’ ‘선생님’ 등이 총동원된 부적절한 관계에 의한 부적절한 처신으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다시피했다”고 최근의 상황을 힐난하기도 했다.

한편 이 총리는 2일 저녁 검찰,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김승규(金昇圭) 법무, 오영교(吳盈敎) 행정자치부 장관과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과 회동한 자리에서 현안 논의는 미룬 채 폭탄주를 마셨다고 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들은 폭탄주를 5, 6순배 마셨으며 이 총리의 제의로 7월에 5자 골프회동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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