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 감사원 ?…청와대 “유전관련 감사원 문책”

청와대는 유전개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이 핵심 당사자인 한국크루드오일 대표 허문석(許文錫·기소중지) 씨에게 출국정지 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명확한 경위를 파악해 문책하라는 의견을 3일 감사원에 전달했다.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일일현안점검회의 브리핑에서 “허 씨에게 출국정지 같은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허 씨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한 경위 파악은 청와대가 아닌 감사원에서 할 것이고, 그에 따른 조치 역시 감사원에서 취해야 할 일”이라며 “오늘 논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감사원 문책’ 지시는 감사원의 허술한 초동 대응으로 허 씨가 출국하는 바람에 의혹이 가시지 않게 된 데 대한 노 대통령의 강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허 씨를 출국정지하지 않은 과정에서 법적 하자가 있었는지 자체조사를 거쳐 조치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은 “현 시점보다 당시 상황에 근거해 적정 여부를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며 “허 씨가 외국인 신분이었던 데다 감사 초기단계에서는 그를 핵심 인물로 판단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또 왕영용(王煐龍·구속) 철도청 사업개발본부장의 감사 문답서 유출에 대해서는 “당사자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며 “감사원 자체 조사를 진행 중에 있으므로 결과에 따라 관련 책임자에 대해 문책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 직원들은 착잡하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감사원의 한 직원은 “감사원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감사원이 정치적으로 휘둘리면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푸념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