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對北) 강경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해온 ‘북핵 문제의 외교적·평화적 해결’ 노력이 이번 회담을 고비로 효력을 상실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도대체 한국 정부는 어느 편이냐’는 의구심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을 감싸왔지만 ‘이번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북핵 문제 해결의 분수령으로 보고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최근 10년간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이라고 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만큼 정부는 6자회담 재개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이달 말 이전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정이 내려지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북한에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은 “북한 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가 수주 내에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5일 발언과도 맥이 닿는다.
그러나 6자회담과 관련해 희망적인 징후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남북한과 미국 일본 등에서 쏟아지는 당국자 발언과 주요 언론 보도는 긍정과 부정적 신호들이 널뛰기를 하는 양상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미스터 김정일’로 부른 데 대해 북한이 “6자회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반색한 것은 긍정적 신호의 최신판이다. 또 5월 13일의 북-미 뉴욕 접촉과 뒤이은 남북 차관급 회담, 그리고 장관급 회담의 6월 개최 합의도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신호도 이에 못지않다. 지난달 말 미 국무부는 “최근 9개월간 대량살상무기 확산 움직임 중 북한과 관련된 2건을 적발했다”면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유효성을 강조했다.
북-미 간 ‘험담’의 수위도 낮아지지 않고 있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이 김 국방위원장을 ‘무책임한 지도자’라고 비난하자 북한이 발끈한 게 불과 엊그제다.
지난달 11일 북한의 영변 원자로 폐연료봉 인출 발표는 가장 큰 악재로 꼽힌다. 이즈음 미국과 일본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북한이 미국의 태도를 핑계로 6·15 기념행사에 참가하는 남측 대표단의 규모 축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해 차관급 회담의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은 곧 열릴 장관급 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외교통상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북한과 미국의 단편적인 조치나 당국자 발언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핵 문제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장기적인 전략과 상호 신뢰 여부”라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6자회담과 관련한 최근의 긍정적-부정적 신호들 | |
긍정적 신호 | 부정적 신호 |
△북-미 뉴욕접촉(5월 13일) △남북장관급회담 6월 개최 합의(5월 1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미스터 김정일” 호칭(5월 31일), 북한 외무성, “6자회담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6월 3일) △라이스 미 국무장관, “수주 내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결정 없을 것”(6월 5일) △정부 고위 당국자,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가 나올 것” (6월 6일) | △뉴욕타임스,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 보도(5월 6일) △북한, 영변원자로 폐연료봉 인출 발표 (5월 11일) △딕 체니 미 부통령, “김정일은 무책임한 지도자”(5월 30일) △미 국무부, “최근 9개월간 대량살상무기 확산 관련 북한 움직임 2건 적발”(5월 31일) △북한, “미국이 우리 체제를 압박해 새로운 난관이 조성됐다”며 6·15행사 남한 대표단 규모 축소 통보(6월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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