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 바란다]전재성-유호열 교수

  • 입력 2005년 6월 8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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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이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최근 10년 내에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이라고 말한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방향과 최근 이상조짐을 보여 온 한미동맹 문제가 여기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평화와 위기 사이에 놓인 한반도의 풍향을 좌우할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전문가와 여야 국회의원들의 조언을 3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부시, 북한 주권국가 인정을▼

이번 정상회담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나머지 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만남이다.

핵심 이슈는 북한 핵문제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북한에 대해 군사 공격을 배제한다고 직접 강조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지난달 13일 북-미 간 뉴욕 접촉 이후 호전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리고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는 결정적인 명분을 줄 것이다.

이어 미국은 4차 6자회담에서 다뤄질 구체적인 의제까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의논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핵 보유 선언을 했기 때문에 4차 회담에 나온다면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할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기존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CVID)’으로의 핵 폐기만을 외칠 것인가.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때 미국이 줄 수 있는 장기적이고 구체적 대가를 마련해야 한다. 3차 회담 때처럼 애매모호한 미국의 제안은 부족하다.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북한 민중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동포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함께 나아가야 할 민족임을 부시 대통령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4차 회담은 한국과 북한 모두에 마지막 기회다. 5차 회담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은 이라크에 이어 북한에 제재를 가하기 위한 준비를 이미 끝마쳤다. 중국도 북한을 무한정 감싸지 않는다. 4차 회담에서 남북 간, 북-미 간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11일 한미 정상이 마음을 터놓고 서로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를 기대한다.

전재성 서울대교수·외교학과

▼北核 韓美공조 의지 보여야▼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이 6자회담 참여를 주저할 경우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데 동참하겠다는 의지와 자세를 보임으로써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심어 줘야 한다.

이제는 북한의 선의(善意)에 의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른 대북(對北) 전략을 짜는 데 우리 정부가 소외되지 않고 미국과 함께 해 나갈 수 있다. 이는 실무자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 주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경우와 나오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응책을 갖고 와서 한국 측의 이해를 구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상황별로 우리 정부가 분담할 수 있는 역할을 확실히 준비하고 회담에 임해야 한다. 우리 쪽 의견을 적극 제시하면서 북핵 문제의 전반적인 틀을 능동적으로 조율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한미동맹은 상호 신뢰 차원의 위기에 처해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동맹을 하는가’ 하는 근본적 문제에서 틈새가 벌어졌다. 자주적 협력국가, 동북아균형자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작전계획 및 개념계획 등 많은 분야에서 한미 양국이 삐거덕거렸다.

한국은 한미동맹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만 챙기고 부담은 꺼리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번 기회에 노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천명하고 미국 측의 오해를 직접 명확히 불식시켜야 한다.

남북관계도 한미동맹을 축으로 해서 풀어가겠다고 밝혔으면 한다.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인식 공유가 절실하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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