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마스터플랜을 작성하는 데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에 머물고, 위원회는 경험 부족으로 각 부처를 조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여당은 당내 의견이 워낙 다양해 정부와 의견 충돌을 빚기 일쑤지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조정을 하려는 노력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청와대, 총리실, 여당, 행정부가 각개약진을 하면서 정책 조정기능이 실종됐다.
정부가 수개월간의 토의 끝에 만들었으나 여당의 반발로 재검토하게 된 영세 자영업자 및 재래시장 대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동산정책이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여당과 정부 간에 불협화음이 잦아 국민은 혼란스럽다.
○ 정책 우선순위가 없다
정부 관리들이 사석에서 가장 불만을 토로하는 부문은 정책에 우선순위가 없다는 것이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관리는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인다고 해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건의했지만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총리실에서 균형발전 때문에 안 된다며 거부했다”고 털어놓았다.
과천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부처 간에 어느 정도 토론이 진행되면 누군가 우선순위를 정해 밀고 나가야 하는데 참여정부는 목표가 너무 많고 실행되는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 컨트롤 타워가 없다
청와대, 총리실, 경제부총리 등 어느 곳도 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23개나 돼 ‘옥상옥(屋上屋)’이 되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과거 어느 정권보다 회의가 많지만 정책을 조율하면서 실행에 장애물을 제거해주는 컨트롤 타워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교육·의료·법률시장 개방, 기업도시나 경제자유구역 건설, 토지규제 완화 등 최근의 경제정책은 비경제부처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 많기 때문에 경제부총리보다는 ‘종합권력’, 즉 대통령이나 총리가 추진하지 않으면 실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 黨-政-靑 삼각구도가 무너졌다
정책 시스템의 삼각 축인 당-정-청의 불협화음은 심각한 상태다.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폐지 추진’, 자영업자 대책, 재래시장 구조조정 대책에 대해 “민감한 정책을 청와대에만 보고하고 당과 상의하지 않았다”며 불만이 팽배해 있다. 그러나 경제부처는 “집권당이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고 비판한다.
청와대와 정책부처 간에도 미묘한 갈등이 있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정책협의 과정에서 균형발전, 강남 집값 등 청와대의 핵심코드에 대해서는 감히 이견을 제기하지 못한다”고 답답해했다.
이화여대 전주성(全周省·경제학) 교수는 “노무현(盧武鉉) 정부는 ‘시스템’과 ‘분권’을 강조하면서 기존 시스템을 파괴했지만 새롭고 안정적인 시스템 창출에는 실패했다”며 “국정운영 시스템의 혼선이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시스템 혼선의 원인과 사계 | |
원인 | 사례 |
정책 우선순위의 부재 | -경제 살리기와 균형발전의 충돌. -교육, 의료, 법률시장 개방이 해당부처 반대로 지지부진. -토지 등 각종 규제완화 정책 불협화음. |
컨트롤 타워의 부재 | -자문위원회의 월권. -정책조율기능의 상실. -강력한 정책집행력 상실. |
당-정-청 삼각구도의 균열 | -집권당이 영세 자영업자 및 재래시장 대책 뒤집기. -정책부서의 집권당 불신. -청와대와 당의 정책조율 미흡. |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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