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誌, 北核위기 워게임]美, 北핵물질 수출땐 선제공격

  • 입력 2005년 6월 9일 03시 05분


미국의 시사잡지 월간 아틀란틱 최신호(7,8월 합본)는 미국의 저명한 외교정책 전략가 6명에게 국가안보회의(NSC)의 하부조직으로 대통령에게 정책을 건의하는 주요기관장회의의 멤버 역할을 맡겨 각종 북핵 위기 상황을 가상한 모의 '워 게임'을 실시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 그룹의 핵심으로 불리는 케네스 아델만 국방정책자문위원이 국방부장관, 1994년 북핵위기 당시 핵대사를 맡았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국제대학 학장이 국무장관, 제시카 매튜스 카네기연구재단 소장이 국가정보국(DNI) 국장, 이라크 무기사찰단장을 맡았던 데이비드 케이 박사가 중앙정보국(CIA) 국장, 토머스 매키너니 전 공군참모차장이 합참의장, 샘 가디너 전 국립전쟁대학 교수가 태평양지역사령관을 각각 맡았다.

워 게임은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 현황에 대한 태평양사령관의 파워 포인트 브리핑으로 시작했다.

합참의장=가장 큰 위협은 북한 핵무기가 테러조직에 넘겨지는 것이다. 군사적으로 우린 훨씬 우월하다. 잔혹한 살상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긴다. 이라크전보다 훨씬 빨리 이길 것이다. 북한이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해 남한을 인질로 삼을 수 있다. 그렇다고 군사적 공격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태평양사령관=두 가지 바람직한 승리가 있다. 신속한 격퇴와 결정적 승리가 있다. 이라크전에선 신속히 격퇴했지만 결정적으로 승리하진 못했다. 문제는 엄청난 규모의 화학무기와 지하에 숨겨진 미사일이다. 찾아내기 어려운 목표물들이다.

국방장관=결국 어렵다는 얘기냐.

합참의장=아니다.

태평양사령관=서울 방어에는 초반 며칠 간이 결정적일 시기일 것이다. 먼저 화학무기와 미사일, 핵시설을 쳐야 한다. 이라크에선 전투기가 하루 800차례 출격했지만, 이번엔 하루 4000차례 출격이 필요할 것이다.

DNI 국장=우리는 서울을 방어할 수 없다. 기껏 24시간, 아니면 48시간?

합참의장=서울을 방어하는 것과 피해를 줄이는 것은 차이가 있다.

DNI국장=서울엔 수십만 명의 미국인이 있다. 1천만 한국인은 물론이고.

합참의장=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하지만 이긴다.

DNI국장=진짜 조심해야 한다. 만약 당신 딸이 서울에 산다면 당신도 딸을 보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합참의장=아니, 선제공격이든 반격이든 서울에서 희생자를 최소화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DNI국장=대략 어느 수준까지 최소화한다는 얘기냐? 10만? 20만?

합참의장=10만 미만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CIA국장=1950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북한은 1개에서 많게는 10개까지의 핵무기와 이를 발사할 미사일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합참의장=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CIA국장=이라크전에서 이동식 미사일을 찾아내 무력화하는 데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합참의장=그래서 북한이 한 발만 써도 우린 100발을 쓰겠다는 걸 분명히 밝혀야 된다.

태평양사령관=결국 어떤 군사적 수단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방장관=아니 말을 정확히 하자. 그건 재난이다.

태평양사령관=북한이 확보할 핵무기가 많아질수록 목표물 확보의 딜레마는 커질 것이다. 선제공격 옵션을 심각하게 계획할 필요가 있다.

(좌중에 갑작스런 침묵이 흐른 뒤)

국방장관=뭐라고 한 건가?

태평양사령관=앞으로 12∼18개월 안에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나 정권교체를 준비해야 한다. 군사적 견지에서 보면 이걸 무시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합참의장=충분한 핵 억지력만 있으면 선제공격은 필요 없을 것이다.

태평양사령관=우리 군이 이란을 침공하는 상황에 처해 있을 때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선제공격이든 방어든 불가능하다. 수십만 명이 이라크에 묶여있고, 이란에서 그저 무력시위만 한다고 해도 수만 내지 수십만의 병력이 필요하다. 신속한 격퇴니, 결정적 승리는 불가능하다.

CIA국장=가장 큰 안보위협은 북한의 남한 침공이 아니라 북한 핵물질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핵심은 선제공격에 군사력이 얼마나 필요하냐는 것이다.

태평양사령관=핵무기를 발사하겠다는 위협으로 충분히 북한을 억지할 수 있다.

합참의장=핵무기를 남한과 일본에 빌려줄 수 있다. 핵무기를 장착한 항공기와 미사일을 괌으로 이동시킬 것임을 공개 천명해야 한다.

DNI국장=미국이 추진해온 비확산 정책의 역사를 잊었는가. 당신은 일본이 핵무기 국가로 갈 것을 부추기자는 거냐.

국방장관=잊지 않았다. 그걸 뛰어넘자는 얘기다.

CIA국장=이 문제에 관한 한 의견이 갈리는 만큼 다른 문제로 넘어가자.

태평양사령관=국제적 제재, 나아가 선제공격까지 갈 수밖에 없는 '금지선(레드 라인)'을 어디에 그을지 의견일치를 봐야 한다.

국무장관=그건 핵물질의 수출이다.

국방장관=핵물질이 이전되면 선제공격을 하는 거냐.

태평양사령관=나로선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린 참지 않겠다, 우린 행동한다'는 것이다.

국무장관=우리의 서울 방어 능력을 감안해 어떤 시설이든 공격할 것이다. 북한 정권을 끝내기 위해 즉각 또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무력을 사용할 것이다.

합참의장='핵무기든 뭐든 미국에서 터지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게 확실치 않더라도 너희는 표적이 될 것'이라고 북한에 말해야 한다.

국무장관=만약 누구 소행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을 공격하겠다고 하는 아이디어는 미국답지 못하다. 하지만 난 핵폭탄이 터지기를 기다리고 싶지는 않다. 우리 행동을 촉발하는 방아쇠는 북한이 핵물질을 테러조직에 넘겼다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증거다.

합참의장=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없는 증거를 확보하진 못할 것이다.

국무장관=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다만 언제 우리가 행동에 나서느냐? 그건 답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

태평양사령관=김정일 정권이 붕괴한다면 가장 긴급한 일은 화학 생물학 핵무기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남한과 중국으로 몰려 갈 엄청난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화학무기가 살포된다면 엄청난 비극이 될 것이다. 치안확보도 문제다.

국방장관=김정일 정권의 붕괴가 문제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가 복권에 당첨되면 세금 걱정을 하지만, 이건 굉장히 좋은 문제일 뿐이다.

CIA국장=물론 준비가 돼있다면야….

태평양사령관=2300만 북한 인구를 감안할 때 질서를 유지하고 이라크에서처럼 약탈을 막기 위해선 50만 명의 병력이 필요할 것이다.

CIA국장=핵 화학 생물무기로 무장된 국가의 붕괴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위협이다. 이런 우발계획이 없이 닥칠 상황을 이라크와 비교하면 이라크은 그저 애들 장난이다.

태평양사령관=대통령에게 건의할 사항을 요약해달라.

CIA국장=첫째는 외교적 접근법을 다시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모든 가능성 가운데 어느 것보다 낫고, 덜 위험한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 진지한 외교적 접근이 중요하고 시급하다. 고도의 신뢰성 있는 정보를 가져야 한다. 불명확한 정보로는 부족하다. 일단 금지선을 넘으면 선제공격을 생각해야 한다.

국무장관=외교를 통한 해결에 기회가 있는 한 중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당근과 채찍 둘 다 필요하다. 외교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군사적 접근을 취해야 한다.

국방장관=중국을 지렛대로 사용하지 않고선 외교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지역의 군사력을 감축해 북핵이 중국의 문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부대를 증파하거나 핵무기를 늘리는 전통적 접근법을 취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그 지역에 더 큰 책임을 넘겨야 한다.

DNI국장=나는 남한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잠재적 위협 때문에 그들에게 죽으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합참의장=그럼 미국에서 핵폭탄이 터지길 기다리자는 거냐.

DNI국장=나는 남한의 도움을 얻지 못할 거라는 얘기다. 그들에겐 미친 짓이다.

국무장관=1994년 북핵위기 때 클린턴 행정부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군사적 공격에 대해 남한의 지지를 얻었을 것이다.

DNI국장=선제공격을 하기 전에 우리가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 했음을 절대적으로 확신해야 한다. 그것 없이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군사적 수단을 취하기 전에 모든 외교적 노력이 실패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국방장관=문제는 외교가 실패했다는 걸 결코 모른다는 것이다. '5년만 더 시간을 주시요'라고 대통령에게 얘기할 수 있다. 폭발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실패한 것이 없는 것이다.

합참의장=핵심은 훌륭한 정보다. 테러조직에 핵물질이 넘겨졌는지, 대량살상무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러면 쉬운 군사적 문제가 된다.

▼워게임 참가자와 역할▼

▽국방장관=케네스 에델먼 국방정책자문위원(네오콘 그룹의 핵심)

▽국무장관=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국제대학원장(1994년 북핵 위기 당시 핵대사)

▽국가정보국장(DNI)=제시카 매튜스 카네기연구재단 소장

▽중앙정보국(CIA) 국장=데이비드 케이 전 이라크 무기사찰단장

▽합참의장=토머스 매키너니 전 공군참모차장

▽태평양지역사령관=샘 가디너 전 국립전쟁대 교수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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