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정상회담 이후]美전문가들-언론 평가 “동맹은 과시”

  • 입력 2005년 6월 13일 03시 09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의 평가는 문자 그대로 각양각색이었다. 이들은 ‘성공’이라거나 ‘무의미했다’는 양극단의 반응을 보였을 뿐 아니라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거나 ‘큰 실수는 면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케네스 키노네스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이날 “정상회담은 성공이었다”고 평가했다. 회담결과를 통해 △북한에 한미동맹이 반석 위에 있음을 보여줬고 △북한을 다루는 장기 전략이 동일함을 한목소리로 강조했고 △일부 전술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 복원을 위해 양국 정상이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키노네스 전 담당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한 ‘6월 제안’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2005년 미국의 태도는 ‘6월 제안’을 처음 냈던 지난해 6월의 강경 기조와 판이하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미국이 올해 초부터 6자회담의 틀 안에서라면 북한의 요구대로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한껏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양 정상이 북한 핵을 불용한다는 말을 안 했다”고 지적한 점에 대해서도 그는 반박했다.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흔쾌히 동의했다”며 양국 정상의 의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이 노 대통령의 국내 정치에 중요한 고비였다는 점도 거론했다. 최근 노무현 정부의 ‘한미동맹관’에 대한 국내 여론이 계속 악화되자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정상회담에서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헤리티지재단의 발비나 황 연구원은 회담 성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실제 회담 결과에는 새로운 합의 내용도 없으며 양측의 기존 인식이 달라진 흔적도 엿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상대로 한 미국의 강경정책과 한국의 포용정책은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황 연구원은 “그럼에도 양국은 정책의 차이가 동맹의 균열로 발전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책은 제각각 추진하면서도 서로 긴밀한 조율 과정을 통해 한미동맹의 틀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한미 간의 문제는 정책이 다르다는 점 자체가 아니라 정책 조율이 부족하다는 점이며 북한은 이런 점을 십분 활용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사무국장은 ‘한국은 대성공, 미국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는 정부에 의구심을 갖는 유권자들에게 정상회담 결과를 보여주며 ‘한미동맹은 이상 없다’고 외치고 싶었는데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을 향해 한미 양국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해 온 미국의 목표가 제대로 이행됐는지는 의문이라고 판단을 유보했다. 그는 “회담 결과를 보면 과연 한미 간에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이 일치하는지 각론이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盧대통령 ‘美, 北공격 않겠다’언질 원했지만, 부시 “모든 옵션 고려”무력사용 배제 안해

미국 언론들은 한미 정상이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 내는 문제에 있어서는 큰 진전을 본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11일 “노무현 대통령은 몇몇 (한미 간) 이견이 해소됐다고 말했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개적인 언급은 아직도 중요한 이견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의 측근들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북한에 제시한 ‘6월 제안’의 시기와 조건을 좀 더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제안을 촉구하지는 않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의 핵시설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언질을 받기 위해 워싱턴에 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모든 선택 방안(all options)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해 무력 사용 수단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한국 지도자들 북한 문제 협력을 위해 만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킨다는 공동의 목표를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노 대통령이 언급한 한두 가지 작은 문제는 ‘작전계획 5029’를 말하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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