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내용 면에선 미국이 지난해 6월 3차 6자회담에서 북한에 제시했던 안이 아직 유효함을 다시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미국이 취할 단계적 조치를 담은 이 제안은 당시 미국 내에선 ‘대담한 접근(Bold Approach)’으로 불렸다.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깨고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한 사실을 2002년 확인하고 배신감을 느꼈던 미국이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름대로 북한에 성의를 보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은 이 제안이 북한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핵 폐기와 북-미 국교정상화를 같은 시기에 맞바꾸는 ‘일괄 동시타결’을 주장했다. 북한은 그 후 미국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9월로 예정됐던 4차 6자회담을 거부했다. 이후 지금까지 6자회담은 열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이 제안을 다시 꺼내든 것에 대해 북한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제안 자체야 전혀 새로운 메시지가 아니지만 부시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의 ‘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거론하며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은 북한으로선 고무적일 수도 있다.
임동원(林東源) 전 통일부 장관은 “대북 에너지 지원이나 다자안전보장 등의 얘기는 이미 나온 것들이지만 북한의 핵포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연계한 것이 미국의 진의라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은 이번에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해 다른 ‘당근’을 추가로 제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이제 6자회담에 돌아올 것인지, 아니면 대화에 의한 해결을 거부할 것인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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