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호남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까지 나서 ‘호남 구애(求愛)’에 공을 들이고 있는 양상이다.
호남이 주목을 받는 일차적 이유는 지역을 대표할 만한 뚜렷한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 노무현 정권을 만들어 낸 ‘일등공신’이 호남이었지만 지역 민심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은 12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과거엔 호남 주민들 사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란 확고한 구심점이 있었으나 지금은 호남 주민들이 노 대통령의 리더십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공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신중식 의원이 고건(高建)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론을 편 것도 ‘무주공산’인 호남의 정치 지형과 무관치 않다.
전북과 전남지역의 미묘한 정서 차이도 정계개편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북에선 이 지역 출신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에 대한 ‘대망론’이 퍼져 있지만 전남에선 아직 분위기가 대체로 냉담한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열린우리당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전북, 전남지역 의원들의 신경전은 더욱 첨예화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신 의원은 12일 일부 전남지역 의원들과 만나 향후 대응 방안을 심각히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고 전 총리는 11일 광주를 방문해 국립 5·18묘지를 참배한 데 이어 역대 전남도지사 초청행사에 참석했다. 그의 광주 방문은 1997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는 5·18묘지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에 ‘光州民主化精神(광주민주화정신) 우리 가슴에 永遠(영원)하리’라고 썼다. 고 전 총리는 정계개편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엔 “(정치 현안에 언급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김 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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