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의원은 이날 ‘사죄의 글’을 통해 “취중 난동으로 큰 물의를 빚게 된 점에 대해 머리를 숙여 사과드린다”며 “공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대처하겠으며 17일 고향으로 가 지역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무릎 꿇고 사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네티즌)들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 당 일각에서 곽 의원에 대한 징계까지 거론하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술자리 난동은 4일 경북 구미시 선산골프장의 클럽하우스 내 식당에서 벌어졌다.
이날 곽 의원 등 한나라당 대구 출신 의원 8명은 대구상공회의소 초청으로 지역 상공인 등 6명과 함께 4팀으로 나눠 골프를 했으며 이후 오후 5시쯤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에 모였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곽 의원은 골프를 하던 도중 “캐디의 서비스가 안 좋다”며 불만을 나타냈으며 옷을 넣어두는 라커룸의 키를 분실해 벌금(1만 원)까지 내게 되자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폭탄주가 몇 잔 돌았다.
먼저 곽 의원이 “대구 기업인들이 한나라당에는 후원금을 안 주면서 열린우리당에는 10억 원 넘게 내놨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동석한 상공인들이 “한나라당을 계속 뽑아주는데 지역경제를 위해 한 일이 뭐냐”고 반박하면서 언쟁이 붙었다. 일부 의원은 “곽 의원의 말이 맞다”, “억울하면 집권해야지”라며 동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폭탄주를 마시고 얼큰해진 곽 의원이 갑자기 식당 벽을 향해 맥주병 5, 6개를 던졌다. 파편이 노희찬(盧喜燦)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의 손등에 박혀 피가 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화가 난 노 회장이 곽 의원을 향해 의자를 집어 들었고, 두 사람은 욕설과 함께 난투극 직전까지 갔다.
그러자 안택수(安澤秀) 의원이 “우리는 국회의원이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라”고 곽 의원을 제지하는 등 주변에서 두 사람을 만류했다. 이에 곽 의원이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노 회장이 “못가, 결판을 짓자”며 가로막았으며 곽 의원은 “형님, 미안합니다”며 넙죽 큰절을 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이런 취중 소동이 알려진 직후 곽 의원은 “술자리 실수였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여론이 악화되자 당직 사퇴서를 냈으며 곧바로 수리됐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곽 의원을 따로 불러 엄중히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재·보선 때 영남지역에서 그렇게 고생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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