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남북 당국 대표단의 마지막 만찬은 5년 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남북공동선언에 합의했던 국빈연회장 ‘목란관’에서 열렸다.
평양시 중구역 창광거리 노동당사 부근에 위치한 목란관에서 남측 대표단은 정문에 설치된 검색대를 거치고 초대장 소지여부를 확인받는 데 10여 분을 소비했다.
출입절차를 마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일행은 접견실 앞에서 기다리던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환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위원장은 정 장관의 왼팔을 자신의 오른팔에 끼고 직접 자리로 안내했다.
오후 7시 10분부터 25분간 남측 당국대표단과 전체 면담을 마친 김 위원장은 정 장관과 자리를 옮겨 25분간 단독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관세(李寬世) 통일부 정책실장과 서훈(徐薰) 통일부 실장이 배석했다.
○…북측은 15일 밤늦게 남측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에게 남측 민간 대표단이 16일 만수대 의사당을 방문해 김 상임위원장을 면담할 것을 전격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따라 당초 16일 오전에 잡혀 있던 남측 당국 대표단의 김 상임위원장 예방이 이날 오후로 미뤄졌다. 남측이 준비하기로 했던 이날 만찬도 북측이 준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남북 회담에 자주 참여했던 한 정부 인사는 “지금까지의 회담에서 북한이 예정대로 일정을 지킨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만수대 의사당을 방문한 남측 민간 대표단 20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그는 특히 법장(法長)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개막식 축하연설 때 내용도 좋았고, 목청도 좋아 큰 심금을 울려줬다”고 덕담을 했다. 또 고 문익환(文益煥) 목사의 부인 박용길(朴容吉) 장로에겐 허리를 굽힌 뒤 “문 목사님의 통일의 뜻을 이어 가시기 위해 고령에도 불구하고 계속 헌신하고 계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인사했다.
이 자리엔 열린우리당 장영달(張永達) 한명숙(韓明淑),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 의원과 민주노동당 김혜경(金惠敬) 대표 등 4명의 여야의원이 동행했다.
○…남북 및 해외 민간대표단 40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평양 시내에 있는 만경대, 개선문, 만수대 창작사 등 3곳을 관람했다.
이 중 만경대는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생가로 2001년 8·15 민족통일대축전 행사 때 남측 민간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동국대 강정구(姜貞求) 교수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을 남겨 파문을 일으켰던 곳.
남측 대표단이 이번엔 방명록을 치워줄 것을 사전에 요구해 방명록은 눈에 띄지 않았다. 북측 관계자는 “2003년 8·15행사 때는 아예 남측 대표단의 관람지에서 만경대를 제외했다”고 말했다.
평양=공동취재단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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