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세차례 권유한 청와대, 세번다 마다한 김승규

  • 입력 2005년 6월 17일 03시 21분


김승규(金昇圭·사진) 법무부 장관은 새 국가정보원장 후보로 내정됐지만 청와대 측에 여러 차례 고사의 뜻을 밝히는 등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이 처음 국정원장 직을 제안 받은 것은 브라질에서였다. 6일부터 반부패회의 참석차 브라질에 가 있던 김 장관에게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이 전화를 걸어 “국정원장을 맡아 달라”고 제안한 것. 그러나 김 장관은 즉각 고사했다.

14일 오후 김 장관이 귀국하자마자 김 실장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김 장관을 직접 만나 재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정원장 기용 방침을 전했다. 이번에도 김 장관은 “건강이 썩 좋지 않아 새로운 분야의 일을 맡기는 벅차다”고 고사했다.

김 장관이 두 번이나 고사한 일이 알려진 15일 오전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들은 김 장관 설득에 나섰다. 김 총장은 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이란 게 뭡니까. 국가와 사회를 위해 쓰라고 있는 것 아닙니까. 검찰 후배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닙니까”라고 수락을 권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업무보고차 김 실장을 다시 만난 자리에서도 “나보다 훨씬 유능한 분이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김 장관이 거듭 고사한 것은 사법제도개혁 문제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기존 검찰 수사 및 재판제도의 급격한 변화가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을 주무 장관으로서 잘 조정하고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했다는 것.

그러나 노 대통령은 16일 오후 청와대 인사추천회의의 추천절차를 거쳐 김 장관을 새 국정원장 후보로 지명하고 국회에 인사청문 절차를 밟아줄 것을 요청했다.

김완기(金完基)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고사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15일 오전까지 건강상의 이유로 사양한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의 새 국정원장 기용은 서울대 법대 64학번 동기동창인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의 추천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 2차장은 문 의장의 매제인 이상업(李相業) 씨이다. 문 의장 본인은 1998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적이 있고, 지금도 국정원 관할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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