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은 이번 통일대축전 참석 차 평양에 가기 전까지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북측이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남측 인사의 김 위원장 면담에 관해선 당초 합의된 일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전격적으로 면담을 통보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여 왔다.
2002년 6월 남북정상회담 때도 그랬다. 당시 정상회담은 6월 12∼14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북측은 일방적으로 이를 하루 연기해 13∼15일로 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통보에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은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북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북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박 전 장관은 그 후 2000년 8월 말 장관급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에 갔을 때 비밀리에 김 위원장을 만났다. 역시 북한의 깜짝 쇼에 의한 것이었다.
북측은 8월 31일 밤 평양에 머무르고 있던 박 전 장관을 불러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오후 10시 50분경 기차를 타고 약 7시간을 달려 함경북도 동해안 모처에서 9월 1일 김 위원장을 만났다.
최 원장은 북한의 ‘벼랑 끝 전술’과 보여주기 식의 깜짝 쇼는 정권 유지를 위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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