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 김정일 면담]北 2시간반前 “김정일 면담”

  • 입력 2005년 6월 18일 03시 07분


17일 오전 11시부터 4시간 50분 동안 진행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면담은 16일 심야에 결정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간은 면담 2시간 반 전인 17일 오전 8시 반경에야 정 장관에게 통보됐다.

면담이 결정된 16일 정 장관은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목란관에서 주최한 환송만찬이 끝나자마자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로 돌아와 면담에 대비한 ‘전략회의’를 갖고 17일 오전 2시경 잠자리에 들었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8시경 일어나 자문단의 일원인 고려대 최상룡(崔相龍) 교수와 숙소인 백화원초대소 경내 인공호수 주위에서 조깅을 하면서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 시간 백화원초대소 정문엔 검색대가 설치되고 10여 명의 권총을 찬 북측 요원들이 배치되는 등 경계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남측 대표단 사이에선 “북측 VIP(주요 인물)가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 장관은 수행비서로부터 면담 시간을 전해 듣고 황망히 숙소로 돌아가다가 북측 당국대표단장인 김기남(金基南) 노동당 비서와 마주쳤다.

두 사람은 숙소 입구에서 약 30초간 이야기를 나눴다. 김 비서는 곧바로 검은색 벤츠 승용차를 타고 면담 장소인 대동강 영빈관으로 먼저 향했다.

정부 당국자가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의 면담을 공식으로 평양의 공동취재단에 확인해 준 것은 오전 9시 15분경. 이 당국자는 “남측 대표단 내에서도 몇 사람만이 알고 있을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이후 정 장관이 이용할 벤츠 리무진은 시동을 켠 채 대기상태에 들어갔고,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오전 10시 38분 백화원초대소를 출발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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