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 김정일 면담]전문가 분석

  • 입력 2005년 6월 18일 03시 07분


▽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부장=북한이 7월 중 6자회담에 나올 의향을 밝히면서도 미국과 좀 더 협의해 보겠다고 말한 것은 미국 측에 명분을 더 달라는 이야기인 것 같다. 미국이 북한을 ‘주권 국가’라고 칭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미스터’라는 호칭을 쓴 것까지는 좋은데 인권 문제를 자꾸 거론하는 것에는 거부감을 내비친다. 미국이 인권 문제 등을 부각시키지 않으면 나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구체적인 시기까지 언급한 마당에 그 정도는 들어줄 것이고 회담 재개는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이 너무 뜸을 들였기 때문에 관련국들의 기대 수준이 매우 높다.

북한이 회담장에 나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선물 보따리를 보여 줘야 한다.

따라서 회담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또 미국이 인권 카드를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6자회담이 재개돼도 이건 게임의 시작이지 결코 끝이 아니다.

북한은 항상 미국과의 대결구도 속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했을 때 한국의 도움을 요청했다. 한-북-미 삼각 구도에서 밀릴 때 한국 측의 지원을 구했던 적이 많았다. 이번에도 문제의 핵심을 비켜 가거나 북한에 현혹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북한과의 인도주의적 교류 지원은 계속하되, 한미일 공조 원칙을 지켜야 한다.

▽김근식(金根植)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제일 눈에 띄는 수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이 같은 사안에 대한 의사 전달은 주로 중국을 통해 해왔다.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 측의 역할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 시기를 밝힌 것은 우리 정부가 구상한 ‘중대 제안’에 대한 윤곽, 노무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에 대한 화답으로도 풀이된다. 즉 김 위원장이 ‘회담장에 다시 나올 만하다, 기대할 만하다’라는 전략적 선택을 전격적으로 한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해 평해 달라는 정 장관의 요구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대화하기 좋은 사람,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들었다”고 이야기한 것도 미국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다.

모처럼 북한과의 정치적 신뢰 구축이라는 큰 수확을 얻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의 신뢰도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

2001, 2002년에 이어 민간 대표단원으로 이번에도 참석했는데 이번 행사가 가장 성대하고 북한 측에서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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