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김정일 ‘6·17’면담 이후]상기된 鄭… 덤덤한 盧

  • 입력 2005년 6월 20일 02시 58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면담 결과에 대해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9일 “노 대통령은 이번 면담이 일정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불투명한 부분도 적지 않은 만큼 너무 들떠 하지 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17일 오후 9시 평양에서 막 돌아온 정 장관에게서 김 위원장과 면담한 결과를 듣고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정 장관이 17일 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대화사무국 기자회견장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던 것과는 딴 모습.

정 장관의 회견 내용에 대해 일부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부분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 건데 정 장관이 다 소개하더라”고 토를 달기도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면담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와 달리 합의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 장관의 전언으로 김 위원장의 ‘생각’을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냉정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측은 방송을 통해 면담 사실과 분위기만 전했을 뿐 면담 내용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김 위원장이 밝힌 내용을 북한이 이행하지 않은 채 그에 따른 비판이 제기되면 정 장관의 ‘일방적 전언’으로 생긴 오해라고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노 대통령의 신중한 반응엔 10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 측의 분위기를 직접 보고 느낀 점도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과 미국, 한국 등 간에 아직 좁혀야 할 간극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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