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9일 “노 대통령은 이번 면담이 일정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불투명한 부분도 적지 않은 만큼 너무 들떠 하지 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17일 오후 9시 평양에서 막 돌아온 정 장관에게서 김 위원장과 면담한 결과를 듣고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정 장관이 17일 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대화사무국 기자회견장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던 것과는 딴 모습.
정 장관의 회견 내용에 대해 일부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부분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 건데 정 장관이 다 소개하더라”고 토를 달기도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면담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와 달리 합의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 장관의 전언으로 김 위원장의 ‘생각’을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냉정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측은 방송을 통해 면담 사실과 분위기만 전했을 뿐 면담 내용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김 위원장이 밝힌 내용을 북한이 이행하지 않은 채 그에 따른 비판이 제기되면 정 장관의 ‘일방적 전언’으로 생긴 오해라고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노 대통령의 신중한 반응엔 10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 측의 분위기를 직접 보고 느낀 점도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과 미국, 한국 등 간에 아직 좁혀야 할 간극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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