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는 19일 “국군포로인 장판선(74) 씨 가족이 2월부터 두 달 사이에 각각 북한을 탈출했으며, 장 씨와 차남 영철(33) 씨가 국내에 들어와 관계 기관의 합동신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장 씨의 부인 김옥련(68) 씨와 장남 영복(35) 씨는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한국으로의 입국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 씨의 딸(29)과 외손자(2)는 중국 내 탈북 브로커 조직에 의해 중국에 억류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6·25전쟁 당시 소위였던 조창호(趙昌浩·75) 씨가 1994년 10월 북한을 탈출해 입국한 이후 귀환한 49번째 국군포로다. 그동안 국군포로가 탈북한 이후 가족들이 개별적으로 탈북해 합류한 적은 있으나 일가족이 동시에 탈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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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 가족모임’의 최성룡(崔成龍) 대표와 본보 취재에 따르면 장 씨는 2월 27일 차남 영철 씨와 함께 북한에서 탈출한 뒤 중국 지린(吉林) 성 투먼(圖們) 시에 숨어 있다가 자신이 국군포로이며 가족이 모두 탈북하려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최 대표를 통해 한국 정부에 보냈다.
장 씨 부자는 3월 5일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으로 들어가 신원 확인을 거친 뒤 이달 1일 53년 만에 입국했다. 전남 영암군 신북면 갈곡리가 고향인 장 씨는 24일 남한에 생존해 있는 동생 5명을 만날 예정이다.
장 씨는 탄원서에서 “1952년 초 국군 제3사단 수색중대에 입대한 뒤 같은 해 가을 중공군의 대공세 때 포로가 됐다”고 밝혔다. 장 씨는 정부 공식문서상 전사한 것으로 돼 있으며, 국립대전묘지에 위패가 안치돼 있다.
장남 영복 씨는 장 씨가 탈북한 닷새 뒤인 3월 4일 북한에서 나와 같은 달 12일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들어갔고, 부인 김 씨는 3월 22일 탈북한 뒤 4월 7일 한국대사관에 들어갔다. 이들은 다음 달 입국할 예정이다.
장 씨 가족 중 가장 늦은 4월 19일 북한을 빠져나온 딸과 외손자는 17일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중국 내 탈북 브로커 조직에 의해 억류됐다.
탈북 브로커 조직은 다른 탈북자(37·여)를 장 씨의 딸과 함께 입국시키려다 한국대사관이 이를 거부하자 이들 모두를 붙잡아 두고 있다고 최 대표는 밝혔다.
최 대표는 “정부가 하루빨리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딸과 외손자를 안전하게 귀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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