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장거리 미사일 폐기=정 장관은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과 수교를 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가질 수 있는 미사일만 가지고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 미사일은 다 폐기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라는 전제가 있지만 핵문제와 함께 중요한 현안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지난 주말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에게도 김 위원장의 장거리 미사일 폐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건이 달려있지만 북한 최고지도자의 미사일 폐기 의사 표현은 그동안 북한이 취해 온 ‘보상을 전제로 한 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 및 수출 중단’에서 한 단계 진전된 것.
김 위원장의 발언이 현실화된다면 폐기 대상 장거리 미사일은 1993년 시험 발사한 노동1호(사거리 1300km)와 1998년 시험 발사한 대포동 1호(사거리 2000km)이고, 대륙간 미사일은 현재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사거리 4000∼6000km의 대포동 2호.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金泰宇) 군비통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의 발언은 포괄적 체제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기존의 입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대륙간 미사일을 언급한 것은 다분히 미사일 능력을 과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의선 조기 개통=김 위원장이 경의선과 동해선의 동시 개통 방침의 철회 의사를 밝혔다는 게 정 장관의 설명이다. 남북한이 2002년 9월 18일 경의선과 동해선을 동시에 착공한 이래 북측이 주장해 온 동시 개통 원칙을 버리고 개통이 가능한 곳에서 먼저 열차를 운행하자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것.
경의선은 이미 선로 연결 작업이 끝나 역사(驛舍)와 신호 및 통신 설비만 갖추고 시범 운행을 거치면 열차 운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동해선은 강원 고성군 저진∼강릉시의 120km 구간이 연결되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동해선 철로 연결 작업의 난점을 상세히 설명하자 김 위원장이 ‘동해선 건설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경의선 개통이 조기에 이뤄질 경우 개성공단 건설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또 남북 간 철도 개통이 조속히 이뤄져 러시아와 한국 간 열차 운행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러시아 정부의 뜻도 정 장관 등에게 전달했다.
▽금강산 관광 활성화=이 문제는 정 장관이 먼저 운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남북기본합의서에 신변 안전에 대한 합의사항이 명문화돼 있는데 이를 조정해 방북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법률 검토 작업이 진행 중”이라면서 “그러나 금강산에서 북측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한국 내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는 것.
이에 김 위원장은 “만약 금강산 관광을 왔다가 북한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은 족족 돌려보내겠다”며 “금강산은 관광특구의 상징이니 (방북 승인 절차 완화를) 충분히 검토해보자”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20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와의 전화 통화에서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해 남북교류협력법 (추가) 개정 필요성이 있다”며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비료 추가 지원=정 장관은 이날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21일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한에 비료를 추가로 지원하는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그동안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비료 지원 문제를 남북대화 진전 여부와 연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정부의 비료 추가 지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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