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쇼크]“이 끔찍한 곳에 내 아들이…” 오열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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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함 그 자체였다.”

경기 연천군 최전방 감시소초(GP)에서 터진 총기난사 사건의 현장을 20일 둘러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과 희생자 유족들은 끔찍한 살육의 현장에 경악했다.

▽“사건 현장은 아수라장”=의원들에 따르면 테이프가 둘러 쳐진 사건현장엔 온통 선혈이 낭자했다. 내무반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게 뒤엉켜 있었고 천장에는 수류탄 파편과 찢긴 살점이 붙어 있었다. 병사들의 소지품도 여기저기 널려 있어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숨진 병사들이 있던 자리엔 군 수사기관에서 흰색 페인트로 표시를 해 놓았다.

수류탄이 터진 지점은 내무반 입구에서 3∼4m 떨어진 오른쪽 침상 박의원(22) 상병의 잠자리였다. 이 때문에 박 상병의 시신은 수습이 힘들 정도로 참혹했다고 한다. 박 상병은 총기를 난사한 김동민(22) 일병이 자신을 괴롭힌 고참이라고 진술한 모 상병의 바로 옆자리를 사용했다.

박 상병 주위의 침상은 콘크리트 바닥이 50cm 정도 무너져 내렸고 콘크리트 속 철망이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표적이 됐던 상병은 온 몸에 수류탄 파편을 맞고도 총을 든 채 내무반을 나오다 사망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의원은 “수류탄 폭발이 직접 원인이 돼 사망한 병사가 한 명에 불과하다는 점과 사망한 병사가 공교롭게도 모두 상병이라는 점은 침상에 여러 계급의 병사가 한데 어울려 자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출신인 같은 당 황진하(黃震夏) 의원은 “수류탄의 비산(飛散) 각도가 20∼30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병사들이 모두 잠을 자기 위해 누워 있는 상태여서 수류탄으로 인한 직접 피해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을 방문했던 고 이태련(22) 상병의 아버지 이찬호(50) 씨도 “참담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씨는 “침상과 바닥 곳곳에 피가 흥건했다”며 괴로워했다.

▽“누군가 몸으로 수류탄을 덮었다?”=한편 숨진 박 상병이 김 일병이 던진 수류탄을 본능적으로 덮쳐 사상자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유족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수류탄 폭발력의 50∼60%가 박 상병에게 집중돼 다른 사병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

박 상병의 부모는 20일 “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들의 시신은 내장이 파열된 상태로 엎드린 채 발견됐다”며 “나머지 병사들은 모두 총에 맞아 사망했지만 아들만 수류탄 때문에 죽은 걸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상병이 실제로 의도적으로 수류탄을 감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군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제작된 수류탄은 성능이 뛰어나 박 상병이 실제로 몸을 던져 수류탄을 덮쳤다면 시신이 거의 남지 않았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장 조사에선 그런 상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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