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소속상임위 직무관련 영리활동 금지 논란

  • 입력 2005년 6월 22일 03시 05분


“국회의원이 ‘투 잡스(two jobs)’할 정도로 한가롭나?”

“영리 추구의 자유는 헌법에도 보장된 것이다.”

국회 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국회의원이 소속 상임위원회 직무와 관련해 일체의 영리 목적 활동을 못 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정치권 안팎에서 이 같은 논란이 일고 있다.

입법을 주도한 한나라당 박재완(朴宰完) 의원 등은 “17대 국회가 어느 때보다 도덕적으로 깨끗해지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상당수 변호사 출신 의원 등이 상임위를 바꿔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상임위 기능의 한시적 혼선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후원금이 급감한 상황에서 상임위 유지를 위해 ‘과외 소득’을 포기할 의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해당되나=의원 299명 중 대략 20∼30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전통적으로 율사(律士)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는 법사위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속 의원 15명 중 12명이 상임위를 옮기거나, 남아 있으려면 임기 중 일체의 유료 법률 행위에 간여할 수 없게 된다.

최연희(崔鉛熙·한나라당)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최용규(崔龍圭) 우윤근(禹潤根) 최재천(崔載千) 양승조(梁承晁) 이원영(李源榮) 정성호(鄭成湖), 한나라당 장윤석(張倫碩) 김재경(金在庚) 주성영(朱盛英) 주호영(朱豪英) 의원이 해당될 것이라는 게 개혁특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재정경제위원회에서는 유림건설 최대 주주인 한나라당 김양수(金陽秀) 의원이 해당될 가능성이 크고,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열린우리당 김춘진(金椿鎭·의사) 의원 등이 해당될 수 있다.

교육위원회에서는 울산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거론된다. 이에 정 의원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사장 직 수행에 따른 수입은 없다”고 말했다.

농림해양수산위 소속인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출신 민주노동당 강기갑(姜基甲) 의원도 자격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돈 VS 전문성=개혁특위 소속의 한 초선 의원은 “드러나지 않게 송사(訟事)에 관여하거나 기업체의 고문으로 등록된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의원 업무수행만 해도 정신이 없는데 별도의 수입을 챙길 여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정치 입문 전 쌓은 전문성을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특히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국회에 사회 각계 전문가를 포진시킨다는 충원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것.

25년째 병원을 운영 중인 김춘진 의원은 “의정활동에 전념하라는 법 취지는 좋으나 치러야 할 대가가 지나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상황을 봐서 병원을 정리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는 국회법 개정 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만큼 국회의원윤리강령 등을 통해 적용 한계 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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