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정부 부처의 전문성 강화와 업무 분담을 위해 복수차관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부 부처의 지나친 확대는 민간 영역이 확대되는 시대 추세에 맞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 출범 후 장·차관급 13명 증가=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후 올 4월까지 행정부의 장·차관급 자리가 13개 늘었다. 장관급이 3자리, 차관급은 10자리가 늘었다. 행정부 소속 기관의 공무원으로 장·차관 및 장·차관 대우를 받는(장·차관급) 공무원의 총 수는 현재 119명에 이른다.
장관급인 대통령정책실장과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이 신설됐고 차관급인 법제처장과 국가보훈처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차관급인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2자리가 신설되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열린우리당이 행자위에서 강행처리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행정자치부 산업자원부 등 4개 부처에 차관 직을 하나씩 더 신설하고, 통계청과 기상청을 각각 차관급 기구로 격상하는 내용이다.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현 정부 들어 차관급 자리가 16개나 늘게 된다.
행정개혁시민연합(행개련)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장·차관급 자리는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 20개가 줄었고,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 5개가 늘었을 뿐이다.
행개련은 21일 정부조직 운영을 평가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영삼 김대중 정부 때도 임기 초반엔 조직과 인력을 줄였다가 임기 후반에는 야금야금 늘렸다. 그런 전례에 비춰보면 현 정부의 조직과 인력은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위직 증설을 둘러싼 견해차=민간 부문은 정리해고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고위직을 늘리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복수차관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21일 “열린우리당이 국회 행자위에서 여야 합의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원천무효’”라며 이날 행자위 전체회의에 불참하는 등 강경투쟁 방침을 밝힌 것도 이 같은 비판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수많은 국정자문위원회도 제대로 정비하지 않고 차관급 6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정부 여당의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행정서비스의 질을 확충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자문위원회도 늘어=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직속 위원회 수가 2배 정도로 증가했다.
대통령 위원회는 2001년 11개에서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13개,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18개, 2005년 6월 현재 21개로 늘었다. 이 중 중앙인사위원회 등 행정기관의 성격을 가진 4개 위원회의 장은 정식 장관급이며 산하에 국실 조직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최근 행담도 개발사업에의 개입 논란을 빚었던 동북아시대위원회 등 17개 위원회는 대통령 자문을 위한 임시기구들로 그 장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 이 가운데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은 ‘국무총리급’, 그 밖의 대부분 위원회 위원장은 ‘장관급’ 예우를 받고 활동비도 받지만 정식공무원 신분은 아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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