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남북은 본격적인 회담을 시작하지 않은 채 환영만찬을 하고 가벼운 환담을 나누며 22일의 전체회의에 대비했다.
▽의제=이번 회담은 △장성급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수산회담 개최 등을 논의한다. 남측은 회담에서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7월 5일에 열자고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재개하기로 한 11차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착공시기 결정도 주요 의제다. 북측은 이번에 쌀과 비료 지원에 대한 남측의 확약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해 남북이 어떤 공감대를 이룰지도 관심사다. 특히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시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중대제안’을 할 것이라는 정 장관의 설명에 김 위원장이 “신중히 연구해 답을 주겠다”고 한 만큼 이번 회담에서 그 답이 나올지 관심이다.
![]()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21일 서울에 온 북한 기자단에 홍일점으로 재일교포인 노금순 씨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노 씨는 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평양 주재 기자로 전에도 남북대화를 취재하러 방한한 적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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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프닝=북측 장관급 회담 대표단이 13개월 만에 열리는 회담에 참석하러 오는 길에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이날 오후 3시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북측 대표단 일행 33명은 박병원(朴炳元) 재정경제부 차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의 영접을 받은 뒤 회담장인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로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권호웅(權浩雄·내각 책임참사) 북측 대표단장의 얼굴에는 웃음이 흘렀다.
하지만 공항을 출발한 뒤 방화대교 남단 지점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자유사랑청년연합’이라는 단체가 ‘악의 축 김정일…’ 운운하는 김 위원장 비방 플래카드를 차에 단 채 대표단 일행의 차량행렬에 끼어들려고 했다. 그러나 대표단을 경호하는 경찰차량의 제지로 무산됐다.
북측 대표단은 이 같은 돌발행동에 강력히 항의했고, 이 때문에 회담장에 50여 분 늦게 도착했다. 북측 대표단은 만찬장에도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8시에 나타났다. 북측 대표단을 기다리던 남측 인사들 사이에서는 “반북단체 시위 탓에 기분이 상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도 터져 나왔다.
▽분위기 반전=그러나 이날 저녁 만찬장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사람은 만찬을 주재한 정 장관. 그는 북측 권 단장을 소개하면서 “수학을 잘하면 수학신동, 음악을 잘하면 음악신동인데 권 단장은 회담신동”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과 평양을 잇는 ‘ㄷ’자형 서해직항로를 ‘멀고도 가까운 길’로 표현하면서 “먼 길 오시느라 수고했다”며 북측 대표단을 달랬다.
오후 9시 55분경 만찬장을 빠져 나오는 남북 대표단의 얼굴은 만찬 시작 때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만찬에 참석했던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분위기는 좋았다. 맥주가 없어서 폭탄주는 돌지 않았다”며 웃었다.
또 다른 당국자도 “북한 대표단의 표정이 좋지 않았느냐. 첫 출발치고는 순조로웠고 오면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도 거론되지 않았다”고 안도했다.
이에 앞서 남북 수석대표 환담에서 정 장관은 “오늘은 태양이 가장 높은 날인 하지(夏至)이며 봄에 뿌린 씨앗이 잘 익는 시기”라고 운을 뗐다. 권 내각책임참사는 “하지 이후인 내일부터는 씨를 뿌려도 (수확해) 먹지 못하는데 정 장관이 장군님을 만났으니 통일농사 씨앗은 이미 뿌려진 것과 같다”고 화답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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