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국방 사의]靑 “軍개혁 마땅한 代打가…”

  • 입력 2005년 6월 23일 03시 02분


경청… 고민… 곤혹… 체념2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경기 연천군 최전방 감시소초의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다. 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윤 장관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김경제 기자
경청… 고민… 곤혹… 체념
2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경기 연천군 최전방 감시소초의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다. 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윤 장관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김경제 기자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이 최전방 감시소초(GP)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만인 22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자 군내에선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이날 청와대가 “시간을 두고 생각하겠다”고 방침을 밝히자 일단 안도를 하면서도 여론의 흐름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사건발생에서 사퇴 표명까지=사건이 발생한 19일 오전 윤 장관은 직접 대(對)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철저한 진상 조사와 사후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어 김장수(金章洙)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와 함께 사망자 시신이 분산 안치된 4개 군 병원을 돌며 유족들을 위로하는 데 주력했다. 이때만 해도 사건의 파장이 윤 장관의 거취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일각에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실세장관’이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일찌감치 윤 장관의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21일 유족들의 거센 반발과 정치권에서 윤 장관의 해임결의안 제출이 가시화되면서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또 사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군 기강태세의 총체적 부실은 ‘윤 장관 문책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상황 반전 때문에 윤 장관은 고심 끝에 용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쇄신 차원에서 최고수뇌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라고 군 내 분위기를 전했다.

▽탈 많고 말 많았던 11개월=지난해 7월 비육군(해군) 출신으로 취임한 윤 장관의 ‘화려한’ 군 개혁은 취임 초기 군 안팎에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육방부’로 불릴 만큼 오랜 세월 육군 출신이 독점해 온 국방부와 합참의 주요 보직에 타군 출신을 과감히 기용했다. 또 현역 일색이던 국방부의 국장급 보직을 대부분 민간인으로 교체하는 등 군 문민화에 힘을 쏟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로 장관 취임 이전 대통령국방보좌관을 지낸 윤 장관은 참여정부의 군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대형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윤 장관의 입지는 좁아져만 갔다. 지난해 육군 장성진급 비리의혹 사건과 최전방 철책선 절단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올해 초에는 훈련병 인분가혹행위 사건까지 터졌다.

그로부터 6개월도 되지 않아 13일엔 북한군 병사가 최전방 3중 철책을 넘어와 나흘간이나 전방지역을 배회하다 발견된 데 이어 총기난사 사건까지 터지자 윤 장관으로서도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선택=청와대는 한동안 여론을 살피면서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이 물러날 경우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군 개혁이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노 대통령 역시 군 문민화와 군 사법제도 개혁, 방위사업청 개청 등 각종 군 개혁을 완수하려면 윤 장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장관을 이어줄 마땅한 ‘구원투수’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논거를 바탕으로 그의 유임을 점치는 성급한 견해도 군 내에 적지 않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국민의 여론도 중요하다”며 일부 장관을 바꿔 온 데다 다음 달 초 부분개각이 예정돼 있어 윤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여 청와대와 내각을 개편하는 부분개각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어 주목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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