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주부 이모(49) 씨는 언론을 통해 끔찍한 사건 현장과 유족들의 비통해하는 모습을 보고 경기 지역 전방부대에서 포병으로 복무 중인 아들이 떠올라 밤잠을 설치다 주말인 25일 면회를 갔다.
이 씨는 “‘걱정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남편을 재촉해 만사를 제쳐놓고 아침 일찍 부대로 달려갔다”며 “아들의 구릿빛 얼굴을 본 뒤에야 안심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모(52·자영업·서울) 씨도 “사건 소식을 접한 뒤 ‘별일 없겠지’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25일 강원 지역 전방부대를 방문해 아들과 하룻밤을 보내고 왔다”고 말했다.
군에 간 자식 걱정에는 전후방이 따로 없었다. 회사원 양모(49·서울) 씨도 이날 아내와 함께 충남 모 부대에서 복무 중인 장남을 면회했다. 주말에도 일을 하느라 그동안 한 번도 면회를 가지 못했던 양 씨는 사건 이후 “갓 입대한 이등병 아들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아내의 성화를 이길 수 없었다고 한다.
26일 서울 근교 부대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하는 아들을 면회한 주부 김모(49·서울) 씨는 “아들이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참을 수 있는데 인격적인 모멸감은 참기 힘들다.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범인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이야기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실 요즘 아이들은 나약한 편이지 않느냐. 집안에서 귀여움을 받고 컸기 때문에 군 생활 적응이 힘들기는 할 것”이라며 “앞으로 더 자주 면회 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육군 관계자는 “19일 사건 발생 이후 첫 주말인 25일과 26일 각 부대에는 평소보다 면회 손님이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특히 일병 이하의 아들을 둔 부모들은 “힘든 후임병 생활을 값진 경험으로 여기라”며 책이나 음악CD 등 선물을 건네고 격려하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는 것.
또 아들의 선임병들과 함께 준비해 간 음식을 나눠 먹으며 “부족하더라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군 장병들도 구타나 욕설이 사라진 부대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직접 면회 가기 힘든 부모들 중 일부는 부대에 전화를 걸어 아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사례도 많았다.
한편 육군은 24일 전방부대 GP에 근무하는 병사의 부모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해당 중대장이나 대대장이 직접 안부전화를 하도록 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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