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동의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에너지 지원=중유 제공 및 경수로 건설 재개, 전력 지원이 핵심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해 주겠다는 것이다. 만성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선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다.
에너지는 북한의 경제발전은 물론 체제 유지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북한이 핵 포기의 대가로 체제 보장과 함께 에너지 지원을 줄곧 요구해 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이후 미국은 북한에 중유를 제공했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신포에 경수로를 건설해 왔으나 2002년 10월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을 시인하는 바람에 모두 중단됐다.
현재 북한의 전력 자급률은 50% 선에 그치고 있다. 개성공단에는 올해 3월부터 한전이 직접 송전을 시작했다. 이외 지역에는 러시아의 잉여 전력을 매입해 북한에 공급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남아도는 전력을 팔고 싶어 하는 러시아로서도 마다할 리 없는 제안이다.
▽경제특구개발과 식량지원=북한은 남한과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특구를, 중국과는 신의주 경제특구를, 러시아와는 나선 자유경제무역지대를 각각 추진했다.
하지만 북한은 2002년 시작한 신의주 특구에 대해선 사실상 ‘포기’를 선언했고, 1991년 시작한 나선 지대도 외자유치 실패로 좌초한 상태다. 개성공단의 경우 더디긴 하지만 시범단지 개발이 진행 중이다. 금강산에선 현대아산의 주도로 종합관광 레저단지 조성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궁극적으로 중국 또는 베트남 방식의 개혁 개방을 꿈꾸고 있다”며 “특구 지원을 통한 경제 지원이 북측에는 매우 반가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중대한 제안’은 지난해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6월 제안(June Proposal)’을 뛰어넘는 것이다. 6월 제안은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미국이 취할 안전보장 제공 및 대북 경제제재 철회 등 단계적 조치를 담고 있다.
중대한 제안은 6자회담 참가국의 협력과 대규모 자본 투자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 포기가 전제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이들 국가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의 경우 투입비용에 비해 채산성이 높지 않아 러시아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 마셜플랜 어떻게 나왔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한 ‘중대한 제안’은 5월 개성 남북차관급 회담에서 처음 나왔다. 당시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이 “북측이 6자회담에 나올 경우 우리 측은 핵문제 해결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제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고, 북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6·15공동선언 5주년 기념 평양 통일대축전에 참석차 방북했던 정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표현은 ‘중요한’에서 ‘중대한’으로 바뀌었지만 그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 위원장은 당시 정 장관에게 “신중히 연구해 답을 주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장관은 서울을 찾은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에게 ‘중대한 제안’ 및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설명했다. 정 장관은 29일 미국을 방문해 이에 관한 후속조치를 협의할 예정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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