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尹국방 유임’ 밀어붙이기…한나라와 격돌 불가피

  • 입력 2005년 6월 29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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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로 예정된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 간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한나라당은 표결 처리를 강행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윤 장관을 유임시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여소야대의 정국 하에서 해임 건의가 정치적으로 남용될 경우 대통령도 각료도 소신 있게 국정 운영을 할 수가 없다”며 야당의 해임 요구를 일축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고민과 망설임을 오기정치로 몰아붙이기 전에 우리 야당이 너무 자주 해임 건의를 꺼내는 것은 아닌지 다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한다”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마치 국회가 대통령의 독재를 견제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기 위하여 헌법에 국회의 각료에 대한 해임건의권을 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헌법’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에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찬을 갖고 윤 장관 유임의 불가피성을 거듭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최전방 감시소초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한 희생자 유가족들의 슬픔이나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정치적 책임을 지우는 것도 고려할 만하지만 국방개혁을 보다 효율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인물이 국방개혁을 완수하는 것이 (슬픔을) 보상하고 치유하는 지름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일부 참석자가 ‘(윤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있다’고 말했지만 국방개혁을 강조한 대통령의 뜻에 대부분 공감했다”고 전했다.

윤 장관 인책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공론화 되기도 했던 오전까지의 분위기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오영식(吳泳食) 원내 부대표는 이날 오전 고위정책회의 브리핑에서 “군 총기사건 등이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불안과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런 측면들을 고려해 윤 장관 인사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신중하게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었다.

한나라당은 29일 낮 노 대통령이 주최한 여야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 불참키로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윤광웅 구하기’보다는 ‘국가 안보 구하기’에 중점을 두고 판단해 달라”고 노 대통령을 압박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서해교전 전사자 추도식 참석을 이유로 29일 청와대 오찬에 불참하기로 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한국은 올라서는 안 된다”며 “포괄적이고 강력한 의지와 대책을 갖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 대변인이 전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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