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여야 대표들과의 오찬에서 “4·30 재·보선 이후 여소야대에서 한나라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실상과 다르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여소야대가 맞다. 국회 의석은 열린우리당 146석, 한나라당 125석, 민주당 10석, 민주노동당 10석, 자민련 3석, 무소속 5석이다. 야권 의석의 합계가 153석으로 여당보다 많다.
하지만 실질적인 국회 운영의 주도권은 여전히 열린우리당이 쥐고 있다.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도 여당 출신이다. 17개 상임위원회를 보면 여대 6개, 야대 5개, 여야 동수 6개로 여대 쪽이 더 많다. 의사일정을 결정하는 운영위와 법안에 대한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 등 핵심 상임위도 여대야소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행정자치위에서 정부조직법안을 단독 처리하기도 했다. 야당이 오히려 “(여당이) 수의 횡포를 부린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상황이다.
과거 여소야대 때는 이렇지 않았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175석을 얻은 야3당은 1990년 ‘3당 합당’ 전까지 정치를 좌지우지했다. ‘광주청문회’와 ‘5공청문회’가 열리고,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이 청문회에 끌려나온 것도 여소야대의 힘이었다.
지난해 총선 직전 야3당이 노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던 원동력도 3분의 2가 넘는 막강한 의석수였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후반기 대통령의 두 아들이 구속됐던 것도 여소야대이기에 가능했다. 당시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은 내각 해임건의안을 16차례나 제출하는 등 강력한 의회 권력을 휘둘렀다.
지금의 여소야대가 과거와 다른 점은 또 있다. 군소 야당의 이념 스펙트럼이 판이해 열린우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표결 처리될 윤광웅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민주노동당이 반대 당론을 정함으로써 사실상 물 건너갔다. 민노당은 29일 정부조직법 처리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에 방위사업청 신설을 강력히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 양당은 이를 둘러싼 ‘빅딜설’은 부인하고 있지만 정책 공조를 통한 우호 관계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앞으로 민주노동당의 대여 발언권은 강화될 것이다. 민주노동당 김혜경(金惠敬) 대표는 올 1월 연두회견에서 “여당이 (4·30 재·보선에서) 과반 의석이 안 될 경우 민주노동당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역대 국회 의석분포 현황(개원 당시) | ||
13대(1988∼1992) | 여(125석), 야(174석) | 민정당, 1990년 통일민주당 공화당 3당 합당으로 여대야소 전환 |
14대(1992∼1996) | 여(149석), 야(150석) | 민자당, 1석 부족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으나 무소속영입으로 여대야소 전환 |
15대(1996∼2000) | 여(139석), 야(160석) | 신한국당, 무소속 대거 영입으로 여대야소 전환 |
16대(2000∼2004) | 여(132석), 야(141석) | 공동 여당인 민주당과 자민련, 과반 의석 획득에 실패 |
17대(2004∼2008) | 여(152석), 야(147석) | 열린우리당, 4·30 재·보선 완패로 146석으로 줄어 여소야대로.현재 열린우리당 146석, 한나라당 125석, 민주당 10석,민주노동당 10석, 자민련 3석, 무소속 5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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