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국정원장후보 청문회]“5·18 왜 무혐의 처분했나”

  • 입력 2005년 7월 6일 03시 04분


5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승규 국정원장 후보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5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승규 국정원장 후보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5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김승규(金昇圭)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김 후보자보다 오히려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초점이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날 청문회 참고인으로 채택된 이 차장이 NSC 회의 주재를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한 것이 야당 측 공세의 발단이 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차장의 전횡 때문에 국정원의 위상이 하락했다”는 논리로 이 차장을 집중 공격하면서 국정원의 역할 문제를 거론했다.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측이 주로 능력과 전문성 부족 문제를 제기했고, 열린우리당 측은 12·12쿠데타 및 5·18민주화운동 관계자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전력을 거론했다.

▽능력과 재산 문제 등=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김 후보자는 33년간 검찰에 있으면서 안보나 정보 관련 업무는 거의 담당하지 않았다. 국정원을 끌고 가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저는 학습능력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문제가 없다. 일을 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가장 무서운 것은 무능한 사람이 신념을 갖고 용기 있게 열심히 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1999년 수원지검장 재직 중 3억6000만 원(현 시가) 상당의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한 데 대해 “매입 당시 가격은 1억3500만 원으로 내 돈 8000만 원과 은행대출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권영세(權寧世)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4년 5월 법무법인 로고스의 변호사로 재직 중 2억5760만 원을 배당받았는데 관련 납세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2·12와 5·18 무혐의 처분=열린우리당 임종인(林鍾仁) 의원은 김 후보자가 1992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형사5) 부장으로 재직 중 12·12쿠데타 및 5·18민주화운동 관계자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음을 지적하고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씨를 왜 무혐의 처분했느냐”고 질의했다.

김 후보자는 “내란과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전, 노 전 대통령의) 집권 계획이 확인됐어야 하는데 당시엔 증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임 의원이 “당시 어떤 사람들을 불러 조사했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기록을 가지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종석 차장 전횡 논란=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이 차장의 월권과 지나친 행동 때문에 국정원이나 국정원장이 무력감을 느낀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 차장이 국정원을 ‘보좌기관’으로 인식해 청문회에 불출석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나라당 공성진(孔星鎭) 의원은 “미국 NSC 측은 올해 1, 2월경 한국 NSC에 한미정상회담을 요구했으나 이 차장이 이를 상당 기간 대통령과 정동영(鄭東泳) NSC 상임위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NSC 사무처는 지난달 일부 언론에 이 차장의 보고 누락 의혹이 제기되자 보도자료를 통해 “기초적 사실조차 왜곡한 허위보도”라며 전면 부인했다.

한편 국회 정보위는 6일 김 후보자의 국정원장 적격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채택해 이날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뒤 임명권자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 의견을 반드시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김승규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 위원 평가
특위 위원의견이유




장영달인품은 돋보이지만 조직 장악을 위해 본인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신기남경륜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
정세균인품 경륜 등에서 적절한 인사다.
최재천고매한 품성과 높은 인권 의식에 점수를 주고 싶다.
임종인적극 찬성은 아니지만 경력과 자질에 큰 문제는 없다.
조성태자질과 의욕 모두 만족스럽다. 그러나 안보는 법과 다르다는 점도 인식했으면 한다.
정의용21세기형 국정원에 적합한 인물이다.



강재섭무난한 성품인데 가시밭길에 들어서서 어떻게 해낼지 걱정된다.
정형근품성은 좋은데 해외 문제는 잘 모르더라. 그리고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겠느냐.
권철현X왜 국정원장에 임명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권영세대과는 없다. 그러나 업무 전문성이 부족해 보인다.
공성진X전문성과 자질이 떨어진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는 인사라고 본다.
의견의 ○는 찬성, △는 유보, ×는 반대. 의원 순서는 선수(選數) 및 국회 등재순.

김승규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쟁점
쟁점김 후보자 답변
국가보안법국가의 존립과 안전,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킬 법적인 방어시스템 필요. 인권침해 문제가 없도록 해야.
테러방지법테러를 사전에 예방할 대응체계 근거법 필요. 테러법 제정에 반대한 적 없다.
남북한 군사력비교물리적 군사력 외에 국력 전체로 보면 한국이 더 세다.
이라크 파병평화군으로 가서 재건사업 등 활동하는 것.
검-경 수사권분쟁수사능력 분산되지 않도록 지휘권이 한 곳(검찰)에 있어야 한다.
국정원의과거사 조사진실규명을 통해 국정원이 바르게 선다는 차원에서 잘하는 일.
국정원의수사권정부조직법에 따라 직무상 수사 가능. 다만 인권침해 없도록 해야.
한미동맹 등국제관계50년간 이어온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면서도 중국 등 이웃나라와 우호협력 관계 발전시켜야.
북한 핵 문제북한의 핵 보유에 반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계속돼야.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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