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인류 역사가 대립과 협력, 투쟁과 타협이거늘 우리 역사에는 투쟁만 있었지, 협력을 해 본 게 있느냐”고 반문하며 ‘분열과 타도’가 아닌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자신부터 ‘배제와 투쟁’보다, 이를테면 야당과 비(非)지지층을 상대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데 얼마나 힘을 쏟았는지 묻고 싶다. ‘대화와 타협’이 노 대통령의 진정한 소신이라면, 실제 국정운영에서 보인 ‘투쟁과 타도’는 소신을 스스로 저버린 것이며 ‘자기관리의 실패’가 아닌가. 대통령으로서 소신만 있고 소통은 거부하는 불통(不通) 정치에 빠져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나아가 오늘의 난국(難局) 난제(難題)가 모두 여소야대 때문인 것처럼 말하고 연정(聯政)이 아니면 경제도 정치도 안 될 것처럼 ‘소신’을 말했는데, 이에 선뜻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노 대통령은 “원론(原論) 정치를 놓은 적이 없다”며 자신이 원칙주의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정은 세계 공인의 정치 패턴이다. 연정을 공개 아니면 비공개로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원론 지향’이라는 대통령의 소신과 ‘수(數)에 집착하는 정치’라는 현실 사이의 모순을 느끼는 국민이 많을 텐데, 과연 무리 없이 국민과 ‘소통’해 연정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여야 합당을 야합(野合)이라고 외쳤던 지난날의 ‘소신과 원론’을 기억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을 강조한 그 자리에서조차 일도양단의 쾌변(快辯)으로 지지와 비지지의 대립을 촉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고서는 연정을 실현하더라도, 수와 힘의 정치는 가능할지언정 국민적 국가적 통합의 정치는 더 멀어질 것이다. 노 대통령이 소신 관철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의 정치를 보여 주기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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