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북한인권 실태파악]北에도 할말 하려나

  • 입력 2005년 7월 9일 03시 19분


청와대가 북한의 인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특별팀을 구성한 것은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적 현안이 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대북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선 “실태를 파악한 이후에 논의할 문제”라며 입을 다물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 북한의 반발을 초래해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계기는=청와대가 북한의 인권 실태를 직접 파악하기로 한 것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탈북자 출신인 조선일보 기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북한인권법을 제정했고, 유엔인권위원회는 최근 3년 연속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지적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현안이 되고 있는 것도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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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선 여권과 가까운 학계 인사들이나 시민단체들도 북한 인권 문제에 수세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제기해 왔다.

▽정부의 태도=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4대 원칙을 내놓았다.

주요 골자는 △인권은 인류의 보편타당한 가치이나 △나라마다 처한 상황에 따른 특수성을 인정해야 하는 만큼 △남북 간 긴장 완화를 통해 북한 인권의 점진적 실질적 개선을 도모하면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원칙은 수사(修辭)에 불과하며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대응 방침은 아니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정부에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하라”는 요지의 건의서를 내기도 했다.

▽대북 인권정책 바뀔까=정부가 당장 북한 인권 문제를 당국 간 대화에서 직접 거론하거나 국제사회의 대북 비판 대열에 동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로서는 이 시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남북대화에 오랫동안 관여했던 한 당국자는 “북한은 인권 문제를 김정일(金正日) 체제의 붕괴 의도로 직결시키는 등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종전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정부가 남북대화의 공식의제에 북한 인권 문제를 포함시키지는 않더라도 북측에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이에 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완곡히 전달하고, 주민들의 인권 상황 개선을 촉구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부가 국제사회에 대해 당당한 태도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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