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회담 복귀의 전제로 미국에 요구해 온 ‘폭정의 거점(outposts of tyranny)’ 발언 철회 및 6자회담 틀 내에서의 북-미 양자회담 보장이 충족됐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체제 생존의 위기에 봉착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두 가지 전제조건 충족?=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주권국가(sovereign state)이며 침공할 의사가 없다 △6자회담 틀 내에서의 양자회담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 왔다.
이에 대해 북한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이번에 회담 복귀의 명분을 충족시킨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지난달 17일 김 국방위원장이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6자회담 7월 중 복귀’ 방침을 천명함에 따라 북한이 미국의 움직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이미 5월 남북 차관급회담 무렵에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전략적인 결단’을 내린 상태였다”고 말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高有煥) 교수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조절해 주던 한국과 중국이 2월 1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 직후부터 강경 기류로 선회한 상태에서 내부 자원이 고갈된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면 합의는?=북한은 3월 30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6자회담을 군축회담으로 진행할 것을 주장했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해 이 같은 주장을 철회했고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문제에 대한 북한의 시인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는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설이 외신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6자회담 참석 자체를 흥정 카드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의 단호한 입장”이라며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이면 합의 존재 여부는 앞으로 6자회담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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