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北 또 설교하려들면 美는 플랜B”

  • 입력 2005년 7월 11일 03시 04분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외교통상부 송민순 차관보가 10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정부 측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외교통상부 송민순 차관보가 10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정부 측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 美-中 기류는

중국 정부의 초청 형식으로 8일 베이징(北京)에서 마련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저녁식사는 ‘외교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다. 적대적 긴장관계를 60년 가까이 유지해 온 북-미 양국의 고위 관리가 별도의 식사자리를, 그것도 2시간이 넘도록 가진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베이징 극비 만찬이 어느 쪽의 요청으로 마련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10일 “결국 훗날에도 공개되지 않을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요청한 자리라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전략 변화를 엿보게 할 만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적극 요청했을 개연성이 가장 높다”는 얘기가 많다. 그러나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해도 부시 행정부 핵심부의 대북 기류가 우호적으로 바뀌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보다는 힐 차관보의 공세적 외교 스타일이 만들어 낸 작품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은 회담 재개 소식이 전해진 9일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간단한 반응만 보였을 뿐이다. “회담 재개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겠다. 실질적 핵 포기 의사가 중요하다”는 기존 기조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백악관 대변인이 로이터통신의 질문에 “북한의 회담 복귀 의사 공개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다분히 교과서적인 답변이었다.

오히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과거처럼 회담장에서 미국을 상대로 설교를 하려 들면 플랜B로 넘어간다”는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보도했다. 플랜B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 또는 경제 제재를 의미한다.

그만큼 회담을 앞둔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동상이몽(同床異夢)에 가깝다. 미국은 이번 회담을 ‘북한의 진짜 속내를 듣는 기회’로 삼겠다고 생각하는 반면 북한은 ‘미국에 얻을 것을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이몽(異夢)을 꿈꿀 게 분명하다는 시각이 많다.

워싱턴의 한 고위 소식통은 “미국은 곧 재개될 4차 회담 전이나, 회담 기간 중 지난해 6월에 선보인 ‘미국 제안’을 절대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이 북한과 미국을 적극 설득해 마련한 북-미 만찬이라면 중국은 사그라지는 ‘중국 역할론’의 불씨를 되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부시 행정부가 최근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도 북한을 압박해 회담에 복귀시키려는 의지가 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은 워싱턴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결론은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에 대한 기대를 접고 미국이 전면에 나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미국의 이런 속내가 베이징에 전달되면서 중국 정부가 자극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례적으로 주말 성명을 내면서 회담 재개를 환영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