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정동영(鄭東泳)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 주재로 열린 고위전략회의에선 정부가 지난 2개월간 남북관계의 진전을 통해 6자회담 재개를 적극 견인한 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참석자들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최대한의 결실을 이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결국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를 어떻게 하면 좁힐 수 있을지, 북한과 미국의 눈길을 동시에 끌 수 있는 유인책을 언제 어떻게 내놓을지에 대한 전략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달 북한에 제의한 ‘중대 제안’과 지난해 제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6월 제안(June Proposal)’을 어떻게 결합해 회담의 어느 시점에서 제시할지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12일 방한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6자회담 전략을 조율하는 문제도 집중 논의됐다. 회담의 성패는 결국 한미 양국이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춰서 북한을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의 면담 직후인 13일 오후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는 6자회담에 임하는 정부의 원칙과 자세, 전략의 큰 틀을 확정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회담에 쏠린 과도한 기대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색 또한 역력했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11일 “결정적인 국가안보, 생과 사의 문제가 달린 회담인데 여섯 나라가 모여서 당장 결론을 내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고 보리밭에서 맥주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회담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것을 주문한 셈이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이번에는 1∼3차 회담의 ‘보여 주는 전시(展示)형 모드’에서 ‘움직이는 행위 모드’로 전환해 이후 5, 6차 회담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기초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이 아직 타협 가능한 절충지대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여 북-미 간 인식차가 여전함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정부는 4차 6자회담에서는 북핵에 관해 큰 문제에서 합의를 이룬 뒤 구체적인 논의는 차기 회담으로 미루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가 줄곧 강조해 온 ‘실질적 진전’은 이번 회담에 관한 한 ‘기초작업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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