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국가 순방에 나선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12일부터 사흘간 평양을 방문하는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6자회담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외교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두 사람의 움직임은 이달 말 재개될 4차 6자회담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중대한 고비가 될 것임을 암시해주고 있다.
▽미국의 움직임=라이스 장관은 중국 일본 한국을 돌며 직접 회담 재개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이 아시아 순방에 앞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베이징(北京)에 파견해 북한과 6자회담 재개 합의를 만들어낸 것을 보면 이미 여러 가지 대북 구상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라이스 장관은 서울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중국 일본 정부와 가진 6자회담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회담 전략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적인 논의 주제는 북한을 어떻게 설득해서 핵 포기를 이끌어내느냐는 문제이겠지만, 이보다는 북한을 달래고 회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라이스 장관 본인이 1월 ‘폭정의 거점’ 발언을 했고, 3월 한중일 순방 때 ‘북한이 주권국가’라고 분위기를 반전시킨 바 있어 이번에도 그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의 역할=탕 국무위원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다.
그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북한의 핵외교 실무사령탑인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나 라이스 장관의 메시지를 설명하고 6자회담에 대한 북-중 양국 간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핵문제로 무기 연기됐던 후 주석의 방북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탕 위원은 미중 회담 결과를 단순히 북한에 중계하는 데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회담에 나선다고는 했지만 미국 북한 모두 태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뭔가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탕 위원은 이번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의 ‘마지막 성의 표시’라고 할 수 있는 이번 회담마저 결렬되면 북핵 문제가 유엔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현실’을 상기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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