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인 측면에서도 남북은 내년부터 경공업과 광공업 분야에서 ‘상호보완적’ 경협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처음으로 수산협력실무협의회 개최에 의견 일치를 보는 등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었다.
▽남과 북이 얻은 것=남북간 상호보완적 경협사업 추진 합의는 그동안 남측이 일방적으로 북측을 지원해 온 경협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의미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상호보완적 경협은 상호 득이 되는 방식으로 경협을 진행해 나가겠다는 의미”라며 “북측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남측이 개발해 사용하고 북측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활필수품이나 경공업 제품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은 또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의 연내 개통에 합의함으로써 열차를 통한 남북간의 인적 물적 왕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남북은 2003년 6월 두 철도의 남북 연결 공사는 마무리했으나 현재 △경의선의 경우 군사분계선∼북측 개성 구간의 전기 신호·통신 공사 △동해선의 경우 남측 강원 고성군 저진∼군사분계선 구간의 노반 공사가 남아 있다.
또 경협을 총괄할 상설 경협사무소를 9월 개성에 설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경추위 등의 회담을 별도로 열거나 중국 베이징(北京) 혹은 단둥(丹東)까지 가서 협의하는 불편 없이 수시로 경협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돼 경협의 안정적 추진도 가능해졌다.
이 밖에 수산협력 문제를 논의할 첫 실무협의회 개최 날짜를 7월 25일로 못 박아 향후 서해상에서 불법 조업하고 있는 중국 어선에 대해 공동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측으로서는 쌀 50만 t을 차관 형식으로 확보한 것이 가장 두드러진 성과물. 남측은 2002년 이후 매년 쌀 40만 t을 북측에 공급했으나 이번엔 북한의 식량난을 감안해 50만 t을 지원하기로 했다.
▽향후 과제=북한의 특수성 때문에 군부와의 조율이 필요한 부분은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이미 두 차례 직접 언급한 바 있는 서울∼평양 직선항공로 개설 문제의 경우 북측이 군부와의 협의가 아직 남았다며 합의에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협력실무협의 개최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측 군부가 조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쉽게 호응할지가 역시 미지수다.
결국 앞으로의 과제는 남북이 이번 합의 사항들을 과연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하느냐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南成旭) 교수는 “아무리 좋은 합의 사항이라도 그 합의를 지키지 못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휴지조각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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