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부시 대통령의 지능을 깎아내리고 말실수를 조롱하는 블랙 유머가 많다. 교황이 부시 대통령과 만나 이마를 짚으며 “생각한 것보다 더 바보로군”이라고 중얼거리는 패러디 사진도 인기를 끌었다. 어제 한국에 다녀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국제정세에 어두운 대통령에게 바른말을 서슴없이 하는 가정교사로 불린다. “틀렸어요, 대통령님. 로마는 루마니아(Romania)의 수도가 아니에요.”
▷힐러리 상원의원이 부시 대통령을 ‘주근깨 멍청이’ 만화 주인공에 비유하자 공화당 쪽에서 “벌써 선거운동을 하느냐”며 발끈했다. 동아일보 ‘나대로 선생’ 만화(7월 9일자)가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을 줄여 만든 ‘경포대’ 조어는 금세 유행어가 됐다.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이 만화를 인용해 발언하자 열린우리당에서 ‘경기도민들도 포기한 대권병자’라고 들이받았다. 서민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블랙 유머도 정치인이 사용하면 비수가 되는 모양이다.
▷청와대나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경포대’ 유행어에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그 속에 경제를 잘 챙겨 달라는 국민의 염원이 담겼으려니 하고 참기 바란다. ‘경포대’가 그래도 ‘주근깨 멍청이’보다는 격조가 있지 않은가. 노무현 대통령이 분발해 ‘경포대’가 아니라 ‘경살대’가 됐으면 좋으련만. ‘경제를 살린 대통령’ 말이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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