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론 어떻게 나왔나=노 대통령의 최초 연정 발언 시점인 6월 24일은 당의 내홍(內訌)이 격화되고 대통령과 당에 대한 지지율이 최악의 상황이었다. 또 한나라당이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직후였다.
탄핵의 상처를 경험한 노 대통령은 여권 ‘11인 회의’에서 윤 장관 해임안에 대해 깊은 분노와 우려를 표출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가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위로했다고 한다.
정 대표의 말대로 해임안은 부결됐고 대통령의 우려도 정리되는 듯했으나 언론에 연정론이 보도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노 대통령은 여권 대다수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정면 돌파’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선두에서 연일 연정론을 독려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6·10민주화 운동에 다시 나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연정론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실망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은 지금 이대로라면 10월 재·보선도, 내년 지방선거도 필패(必敗)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 그전에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은 정계 개편을 위해 야당이 요구하면 탈당까지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침묵했다.
▽개헌과의 함수관계=여권 핵심부는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내각제에 관심을 보여 왔다. 노 대통령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 문희상(文喜相) 당 의장 등이 내각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들이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당내에선 “지금은 공론화의 때가 아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연정론이 터지면서 내각제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청와대는 즉각 내각제론에 선을 그었고 관심의 초점을 연정과 지역주의 타파, 선거구제 개편 쪽으로 몰았다. 그럼에도 한번 어젠다를 내세우면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는 노 대통령의 스타일이 갖가지 개헌 시나리오를 양산하고 있다. 결국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사실상 연정을 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노 대통령이 최종 목표가 ‘퇴임 이후’와 ‘정권 재창출’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서신(書信)이든 직접 발언이든 노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만 앞으로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청와대와 당의 온도차=노 대통령이 깃발을 들면 열린우리당이 진격하는 것이 지금까지 당정의 관례였다.
이번에도 문 의장과 정 원내대표가 총대를 멨다.
문 의장은 13일 연정 구상을 실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추진단’(가칭)을 구성하기로 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연정을 현실화하기 위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연정론에 대한 청와대와 당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의 ‘경제살리기’와 노 대통령의 연정론이 너무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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