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전력 北공급]美전략은 ‘핵폐기 단계적 보상’인데…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정부가 북한의 핵문제를 풀기 위해 200만 kW의 전력을 북한에 직접 공급한다는 ‘중대 제안’을 내놓은 뒤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 중대 제안은 아직은 설계도 수준에 불과해 구체적인 실현 과정에서 내용과 추진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 설득할 수 있을까=전력 지원이라는 단일 고리로 북한의 핵 폐기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에너지와 체제안전 보장을 모두 절실히 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6월 제안(June proposal)’을 전력 지원과 결합시켜야만 북한의 결단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6월 제안은 미국이 지난해 6월 제3차 6자회담에서 북한에 제시한 것으로 북한의 핵폐기 절차에 상응해 중유 공급, 잠정적 안전보장, 테러지원국 명단에서의 북한 제외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한다는 것이 골자.

한국과 미국은 이달 말 4차 6자회담이 열리면 두 제안을 적절히 결합해 제시하거나 지원 시기를 조절하는 등 긴밀한 공조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13일 중대 제안에 대해 “6월 제안과 흡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북한이 6월 제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단전(斷電) 상황은 언제, 어떤 경우에?=남한의 전력 공급을 수용할 경우 북한은 에너지 수요를 절대적으로 남한에 의존하게 된다. 이 때문에 북한은 전력을 받고 싶어도 선뜻 손을 못 내밀 수 있다. 남북 간에 깊은 신뢰가 없으면 전력 지원 제안이 성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전기는 남쪽에서 가지만 공급 합의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핵문제와 패키지로 이뤄지기 때문에 함부로 전기를 끊을 수는 없다”며 “이는 6자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북한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전력 공급과 통제는 우리가 하지만 만일 전기를 끊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6자회담 틀이 가동돼 북한을 제외한 5자(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전기를 끊겠느냐”는 말까지 하며 남북 간의 절대적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가 북한의 우려 해소에 적극 나선 것은 아무리 좋은 제안이라도 북한이 받지 않으면 6자회담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송전 과정에서의 6자 틀을 강조하는 것은 다자안전보장협의의 틀을 북핵 문제 해결 이후에도 유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다자안전보장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기 때문이다.

▽2008년까지는 어떻게 지원하나=전력 공급은 빨라도 2008년에 시작된다. 한시가 급한 북한으로선 기다리기 힘든 기간. 이 간극을 메우는 게 중유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미국은 100만 kW급 경수로 2기를 지어주고 완공 때까지 매년 중유 50만 t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2002년 10월 2차 핵 위기가 터지면서 둘 다 중단됐다. 이후 북한은 경수로 건설 및 중유 공급 재개를 줄곧 요구해왔다.

정 장관이 12일 중대 제안을 공개하면서 요구한 ‘6자회담 참가국의 상응 조치’는 3년 동안의 중유 공급 분담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 관계자는 13일 중유 공급을 사실상 확인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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