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예비율만 하더라도 200만 kW를 북에 보내면 수도권의 경우 15.2%에서 6.6%로 떨어져 전력수급 차질이 걱정된다고 한다. 인구와 국가 경제력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은 14∼15%대의 전력예비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송전비용은 더 문제다. 정부 관계자들은 송전선로와 변환설비 건설에 1조5500억 원 정도만 투입하면 될 듯이 말하지만 수도권의 전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충남 보령복합발전소의 설비 일부를 서울로 옮길 경우 이전비용 3000억 원에다 연간 전력공급 비용 1조 원을 합치면 총비용은 3조 원에 육박한다. 이 밖에도 북의 낡은 배전선로 교체 등 난제가 많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밝히지 않았다. 산업자원부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전력예비율에 문제가 없는 듯이 보이기 위해 수도권이 아닌 전국의 예비율을 제시했고, 연간 전력공급 비용 1조 원은 언급조차 안 했다.
그렇지 않아도 ‘중대 제안’이 북의 핵 폐기 및 개혁 개방의 지렛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국민이 많다. 송전 중단권(中斷權)만 하더라도 정부는 6자회담 당사국들이 공동으로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경우 대북 송전을 관리할 준(準)상설기구를 둬야 하는데, 그 기구가 이미 용도 폐기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재판(再版)이 안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인권문제로 북-미관계가 악화될 경우 북한에 송전선로만 깔아놓고 정작 전력은 보내지 못할 수도 있다. 중대 제안의 장래가 이처럼 불투명하기 때문에 정부는 좀 더 신중해야 하고, 국민이 의혹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든 부담은 국민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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