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반대’가 주류=설문조사 결과 두드러진 특징은 ‘연정 및 개헌 방향’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인식과 국회의원들의 인식 간에 상당한 간극이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선거구제 개편을 전제하긴 했으나 “야당에 국무총리 지명권을 줄 수 있다”는 유인책을 내놓으며 야당에 연정 제의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런 연정 방식에 찬성한 응답자는 열린우리당 내에서조차 소수였다. 여소야대에서 대통령이 취할 가장 바람직한 태도를 묻는 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을 입각시키는 방식’의 연정을 지지한 여당 응답자는 8%, ‘특정 야당과의 합당’을 꼽은 응답자는 6%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정책사안별로 야당에 협조를 요청하거나(44%) 정책공조 협약(32%)을 통한 국정운영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열린우리당 전체 의원 146명 중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의원은 63명. 비(非)회기 중이고 외유 중인 의원이 많아 응답자가 반을 넘지는 못했지만 연정론 등에 대해 침묵을 지켜 온 여당 의원들의 속내를 파악해 보는 데는 의미가 있는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여당이 연정한다면 민주노동당 민주당=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연정에 대해서는 소속 정당을 막론하고 응답자 대부분이 부정적이었다.
다만 열린우리당 응답자들은 야당에 비해 그 비율이 다소 적었다(합당하지 않다 59%, 실현가능성 없다 83%). 이는 최근 연정 대상에 한나라당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고 밝힌 당 지도부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연정을 한다면 민주당이나 민노당과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보였다. ‘어느 정당과 연정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는 질문에 여당 응답자들은 민주당(38%) 민노당(30%) 순으로 꼽았고, ‘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으로는 민노당(37%)을 민주당(34%)보다 약간 더 많이 꼽았다.
▽“개헌은 대통령중심제가 될 것”=설문조사 내용 중 ‘최근의 연정 발언 등에 비춰볼 때 대통령이 내심 지향하는 권력구조가 뭐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내각제(한나라당 응답자의 38%, 열린우리당 응답자의 27%)와 이원집정부제(한나라당 25%, 열린우리당 37%)가 다수였다.
의원들은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결국은 내각제 형태의 개헌을 지향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의원들은 ‘개헌이 이뤄진다면 어떤 형태가 당위론적으로 더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열린우리당(44%)이나 한나라당(59%)을 막론하고 대통령중심제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황준연(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경영학과 4년) 서민경(인하대 영어영문학과 4년) 송하림(고려대 신문방송학과 4년) 임우선(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년) 허영윤(영남대 언론정보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국민여론도 64% “연정 논의할 시기 아니다”▼
‘제안 시기는 부적절하지만 연정 자체에는 찬성한다. 여당이 연정을 한다면 우선 대상은 한나라당이 좋다.’
동아일보사가 발행하는 월간 신동아(8월호)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전국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구상에 대해 찬성(47.1%)이 반대(37.8%)보다 많았다.
‘여당과 가장 적절한 연정 대상’으로는 한나라당이 39.5%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민주노동당(24.5%), 민주당(12.9%), 자민련(1.7%) 순이었다.
연정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고 특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연정은 반대가 압도적인 국회의원 대상 설문조사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도 노 대통령의 정치구조 개편 관련 발언이 시의적절하지 않으며(64%), 여소야대의 현 상황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38.1%) ‘문제되지 않는다’(51.4%)고 생각하는 등 연정론 등에 대해 부분적으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 필요성에는 62.2%가 공감했다. 바람직한 권력 구조는 대통령제(4년 중임제 35.2%, 5년 단임제 31.9%)가 압도적이었고 이어 이원집정부제(16.3%), 의원내각제(10.8%) 순이었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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