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제헌절인 이날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 초청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윤영철(尹永哲) 헌법재판소장, 유지담(柳志潭)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의 부부동반 만찬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기만(金基萬) 국회의장공보수석비서관에 따르면 이날 만찬에선 경제 여건과 노사 분규, 입법부 개선, 권위경시 풍토 등 다양한 주제가 화제로 올랐다.
노 대통령은 이날 만찬장에 들어서면서 김 의장에게 “의장 공관이 청와대에 있는 관저보다 큰 것 같다. 나도 나중에 (국회의장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부동산 투기 및 경제 여건 등=노 대통령은 “부동산에 투기를 하지 않고 주식을 사는 국민이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임대주택정책도 참으로 중요하고, 이것을 포함해 부동산 정책에 더욱 다걸기(올인)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날 만찬에서 경제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을 펴며 경제 상황 악화를 우려했던 언론 보도 등을 질타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지표상으로 올라갈 것은 올라가고 내려갈 것은 내려가고 있다”며 “나는 경제문제를 단기적인 땜질식 ‘냄비정책’으로 대응한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입법부 개선문제 등=노 대통령은 “입법부가 개선됐으나 아직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며 “개별 국회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정당의 기득권에 구속돼 법제도 및 구조적 개선 등을 충분히 하고 있지 못하다고 국민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자신이 지역주의 타파를 목표로 제시한 ‘연정(聯政) 구상’에 대해 야당 의원뿐 아니라 열린우리당 의원조차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사실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노 대통령은 청소년의 부모에 대한 존경심 등 전통적 권위가 부정되는 사회풍토를 군사정권의 유산으로 규정했다.
그는 “최근 ‘제5공화국’이라는 TV 드라마를 보면 참으로 권위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가 그런 세월을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현재 권위가 부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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