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란스키 前이스파엘장관의 北해법

  • 입력 2005년 7월 21일 03시 11분


19일 미국 워싱턴 시내 메이플라워호텔에서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 주최로 열린 제1회 북한인권대회.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가운데)과 탈북자 출신의 강철환 조선일보 기자(오른쪽)가 나탄 샤란스키 전 이스라엘 장관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연합
19일 미국 워싱턴 시내 메이플라워호텔에서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 주최로 열린 제1회 북한인권대회.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가운데)과 탈북자 출신의 강철환 조선일보 기자(오른쪽)가 나탄 샤란스키 전 이스라엘 장관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연합
“역사상 독재자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펴고 그 정권의 요구를 들어줘 성공한 적이 없다. 한국은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옛 소련 정치범수용소 출신인 나탄 샤란스키(57) 전 이스라엘 예루살렘 및 해외이주담당 장관은 19일 미국 워싱턴 메이플라워호텔에서 열린 제1회 북한인권대회에서 강력한 대북한 인권정책의 중요성을 반복해 강조했다.

그는 이날 행사에 참석해 오찬 연설을 했을 뿐 아니라 탈북자 출신인 조선일보 강철환 기자와는 인권 대담을, 한국 특파원들과는 별도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북한 체제 진단=그는 저서 ‘민주주의론(The Case for Democracy)’에서 이론화한 3분법을 통해 북한 사회를 설명했다. 소수의 독재체제 확신범, 김정일(金正日) 체제에 반대하면서도 이를 드러낼 수 없는 대다수의 이중사고자(Double Thinker), 존재가 미미한 체제 저항자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체제 확신범이 이중사고자와 체제 저항자를 억압하는 구도”라며 “북한의 이중사고자는 북한 체제를 회의적으로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밝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3분법은 민주주의의 확산을 강조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올해 1월 취임사에도 반영돼 있다. 부시 대통령은 “독재정권, 무고한 주민, 내부 저항그룹을 각각 분리해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었다.

▽“인권과 안보는 한 몸”=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가 개선을 엄중히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 및 식량 지원을 통해 주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것도 인권보호의 한 방법으로 이해할 것인지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샤란스키 전 장관은 “식량 제공이 (김정일) 정권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라며 미국이 옛 소련에 잉여농산물(밀)을 제공했던 과거 역사를 논거로 제시했다.

그는 “원조식량은 소비에트 정권을 강화시켰고, 그동안 소련은 아프가니스탄과 앙골라에 군대를 진출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을 친구이자 적(敵)이라는 독특한 존재로 간주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체주의 정권은 자유세계의 돈은 원조라는 이름으로 활용하는 한편 외부의 적을 끊임없이 만들어 가며 자국민에 대한 내부 통제에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남북 관계에서) 이런 상황을 허용하는 것은 큰 실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재정권을 다루는 데 있어서 안보와 인권을 절대로 분리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26일 시작될) 6자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2선으로 밀리는 것에 반대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대회 이모저모: “8년 햇볕정책, 北인권 더 악화시켜”▼

워싱턴 시내 메이플라워호텔에서 1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열린 북한인권대회에는 한미 양국 정치인과 인권 및 종교단체 관계자, 그리고 교민과 대학생 등 1000여 명이 몰렸다. 특히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수전 솔티 디펜스포럼 대표,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지난해 북한인권법 제정의 주역들이 상당수 참석해 행사를 주도했다.

○…미 행정부에서는 폴라 도브리안스키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과 존 밀러 국제 인신매매 담당 대사가 참석했지만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도브리안스키 차관은 폐막 리셉션 연설을 통해 “한반도 위성사진을 보면 남쪽은 자유가 가져다 준 번영의 불빛이 환한 반면 북쪽엔 빛이 없다”면서 “이 암흑은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전의 과제를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탈북자 출신으로 지난달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면담했던 조선일보 강철환(姜哲煥) 기자는 이날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위원회의 대북 인권결의안 투표에 3번이나 불참(또는 기권)한 것은 일제강점기 이완용(李完用)이 나라를 팔아먹은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인권운동가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집권한 시점부터 8년간 햇볕정책이 추진됐지만 북한의 인권이 더 나빠졌다”고 비난했다.

○…한국 정부를 대신해 참석한 정의용(鄭義溶) 열린우리당 의원은 “비판론자들은 대북 지원을 인권의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북한 주민의 가장 심각한 상황은 굶주림이며 근본적인 생존 문제라는 더 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北, “6자회담 파탄시키려나”美인권대회 맹비난 ▼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미국의 프리덤하우스가 19일 북한인권대회를 개최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6자회담을 결렬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대화를 파탄시키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북한인권대회가 미국 당국의 적극적 후원 아래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개최된 점을 지적하며 “이것은 대화와는 양립될 수 없는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통신은 또 “공화국(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적대감, 거부감으로부터 있지도 않은 인권 문제 등을 꺼내 들며 정치적 도발만을 계속 일삼고 있는 미국의 처사는 우리와 유관국들로 하여금 곧 재개될 6자회담의 실질적 전진에 대해 낙관할 수 없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자극적인 행동으로는 회담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할 수 없으며 충돌과 결렬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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