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은 선거 올인, 청와대는 거짓말인가

  • 입력 2005년 7월 22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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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또’ 선거 개입 의도를 표출했다. 그리고 청와대는 이와 관련한 ‘사실 보도’에 대해 거짓말로 해명했음이 밝혀졌다. ‘국정의 중심(中心)’이 보인 두 행태는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20일 오마이뉴스는 노 대통령이 2주 전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말한 내용을 인용해 ‘컨셉 잘 살려서 지방선거 활용하라-노 대통령, 정책개발 선거이용 지시’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발언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기사 내용을 대부분 부인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의 해명은 거짓투성이임이 드러났다. 어제 확인된 대통령국정상황실의 ‘대통령 말씀 주요 내용’ 발언록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청와대가 정책을 개발해 당(黨)이 주도하는 모양새를 만들라’는 취지로 지시하면서 ‘컨셉을 잘 살려서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때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명한 의도를 전달했다.

지난해 탄핵정국의 악몽이 떠오른다. 노 대통령의 ‘국회의원 총선 개입’ 발언이 촉발한 탄핵 공방은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정치적 재앙(災殃)을 낳았다. 그리고 이에 따른 ‘국가적 정쟁(政爭)’은 경제사회적 충격과 ‘국민 분열의 위기’를 증폭시켰다.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의 자격을 박탈하지는 않았지만 ‘위법 행위’를 엄중 경고했다. 비록 노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고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는 ‘횡재’까지 했지만, 국민과 역사 앞에 지울 수 없는 누를 끼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도 전철(前轍)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인가. 노 대통령의 청와대 내부 발언은 내년 지자체 선거에 다걸기(올인)하기로 작심한 듯한 느낌을 준다. ‘지방선거와 같은 시기에 당이 전략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선거) 과정에서 좋은 공약으로 제기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대통령 보고회의에 당의 인사들도 참여시켜라’ 같은 대목은 선거 개입을 작심(作心)했다고 보기에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노 대통령은 “(탄핵으로) 많은 공부가 되었다”고 토로한 당시의 자세로 돌아가, 선거 개입 유혹을 누르고 법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제를 살리고, 뒤틀린 데를 바로잡으면 민심과 표는 따라온다. 청와대는 제발 정직해 주기 바란다. 언제나 정직이야말로 최선의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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